문화 공간 된 도서관 반가운 변신… 열람실 사라져 달갑잖은 학생들

독서실 대신 복합문화공간으로
공공도서관 열람실 없애는 추세
부산 53곳 중 21곳 열람실 없어
빈백 소파·세미나실 등으로 대체
학습 공간 찾는 이들 불만 늘어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5-01-22 20:28:00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지난 20일 부산 사상구 주례열린도서관을 찾은 30대 유 모 씨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열람실을 찾으려 했지만, 열람실 대신에 도서관 대부분 공간에는 빈백 소파와 휴게공간, 세미나실, 동아리실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노무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 중인 그는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다 새롭게 공부 환경을 바꿔볼까 싶어 찾았는데, 공부에 열중하기에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부산 공공 도서관에서 열람실이 사라지는 추세다. 새로 지어지는 도서관에서는 열람실을 아예 없애고, 기존 도서관도 리모델링을 통해 열람실을 축소하는 분위기다.

22일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부산의 공공 도서관 총 53곳 중 절반가량인 21곳(40%)은 열람실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부산시교육청 산하 도서관 14곳의 열람실 좌석은 2022년 2793석에서 올해 2547석으로 3년 새 약 10%가 줄었다.

주례열린도서관의 경우 220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실이 따로 없다. 공부나 학습을 위해선 책을 빌리는 자료실 한쪽이나 사람들이 드나드는 통로 쪽 개방 좌석을 이용해야 한다. 440여 좌석을 갖춘 강서구 국회부산도서관 등 별도 전용 열람실이 없는 도서관은 대부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열람실이 사라지는 이유는 도서관의 ‘문화 공간화’ 흐름 때문이다. 책을 열람하고 입시생과 취준생 등이 공부하는 장소로 기능하던 도서관들은 최근 다양한 강좌와 문화활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부산도서관 박은아 관장은 “최근 도서관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복합형’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독서실화 돼 있던 일반 열람실보다는 자료실을 늘리고, 자료실 내에 열람실을 통합해 책도 읽고 공부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갈수록 낮아지는 독서율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 관장은 “특히 주말에는 가족 단위 이용객이 많고, 도서관에 하루종일 체류하는 인원도 많아지고 있어 그에 걸맞은 복합문화기능도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부산 사상구 주례동 주례열린도서관 모습. 주례열린도서관에는 220석의 좌석이 있지만 전용 열람석은 따로 없다. 독자 제공

학습 공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과 취업 준비생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국회부산도서관을 주로 이용하는 20대 김 모 씨는 “공공 도서관에서 좌석 열람실이 사라지면서 결국 비싼 돈을 내고도 스터디 카페로 가게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10대 학생과 20~30대 취준생이 주로 이용하는 스터디 카페 이용료는 하루 4시간 이용에 4000~6000원 정도다. 1개월 기간권을 이용하는 경우 평균 10만 원 이상을 지불해야 한다. 공공 도서관에 조성된 세미나실 등이 평일 대부분 시간에 썰렁하게 방치되는 경우가 잦은 점도 운영상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학생들이 공부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교육부는 지난 10일 공공 스터디 카페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부산시교육청도 팔을 걷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북구 구포도서관에 중고생 전용 열람 좌석을 지정해 배치했다. 오는 3월에는 해운대구 반송도서관에 중고생 전용 열람실 조성을 완료해 학생들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시교육청 도서관지원팀 관계자는 “문화 공간과 학습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도서관 운영 방안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도서관 이용자들을 고루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을 위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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