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민 기자 min@busan.com | 2025-02-23 15:13:56
30년 전 경남 김해시에 형성된 첫 신도시가 인구 감소에 따른 학령인구도 급감 현상을 겪고 있는 반면 최근 조성된 신도시에서는 과밀학급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면서 학교 재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김해 첫 신도시가 형성된 내외동에는 초등학교 7곳, 중학교 5곳, 고등학교 5곳이 밀집해 있다. 시는 1991년~1995년 내외지구택지개발사업을 진행할 때 계획인구를 6만 6000여 명으로 보고 학교 용지를 확보해 교육청 인허가를 받았다.
이후 신도시에는 공동주택과 상업시설이 대거 들어섰고, 인구도 점차 늘어나 2001년 9만 943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1990년부터 10여 년간 학교도 연이어 개교했다. 그러나 잇따른 도시개발에 인구 이동이 활발해졌고 현재 내외동 인구는 6만 9292명, 정점 대비 2만여 명 줄었다.
문제는 신도시의 구도시화가 인구감소, 고령화는 물론 학령인구 감소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김해교육지원청에 따르면 내외동신도시에 있는 초등학교 7곳의 올해 총 입학생은 418명이다. 내동초 29명, 임호초 36명, 경운초 49명으로 7곳 중 3곳은 50명이 채 안 된다. 특히 교육청 전망한 2029년 학령인구는 올해 대비 27% 더 줄어든 305명에 그쳐 사태의 심각성을 더했다.
반대로 최근 도시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진행 중인 장유 지역은 학교가 부족해 과밀학급 해소를 요구하는 주민 민원이 빗발친다. 실제로 2023년 기준 전교생 1000명이 넘는 초등학교는 관동초, 모산초, 율산초, 대청초, 수남초, 율하초로 모두 장유 지역에 몰려 있다.
정계에서도 학습권 불균형 현상이 더욱 심화하기 전에 미리 대비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이시영 의원(국민의힘·김해7)은 “점진적으로 학교 재배치를 준비해야 한다. 폐교 활용 방안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장유 지역은 고등학교도 부족해 학생 25%가 시내로 통학한다. 밀집한 학교 중 한 곳을 이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도 내외동신도시의 학생 수 감소와 장유 지역 과밀학급 문제 등을 인지한 상태다. 하지만 학교 통폐합과 이전 등을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먼저 충족돼야 한다고 설명한다.
김해시교육지원청 학교배치담당자는 “내외동 지역 학교는 아직 통폐합 또는 이전 조건에 부합하진 않지만, 학생 감소 추이를 보면 앞으로 이러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학교 통폐합 절차는 학생 수 감소 규모 기준 충족, 학부모 의견조사, 행정예고, 통폐합 순으로 진행된다. 동 지역은 전교생이 100명 미만이면 통폐합이 권장된다. 학부모 60%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이때 주민 등으로 꾸려진 ‘적정규모학교육성추진위원회’가 설립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이전 건에 대해 경남교육청 관계자는 “원도심을 포함하면 김해는 추가 신설 이유가 부족해 이전밖에 답이 없다”며 “특정 학교를 정해 이전하는 건 어렵다. 해당 학교가 이전을 원하고, 지역사회·교육공동체 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사업비 마련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학부모들은 학생 학습권 확보 차원에서 하루빨리 학교 재배치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송현정 씨는(42·관동동) “학령인구에 따른 학교 재배치가 논의돼야 할 시점”이라며 “교육계는 무엇보다 아이들의 학습권 보장과 향상을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한다. 원칙만 따지지 말고 예측되는 상황에 따라 선제적으로 대응해 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