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몰살 중단하라” 목소리 높이는 지역 영화계

지역독립영화협회 성명 발표
영화제 지원 예산 급감 규탄
현장 의견 담긴 지원책 요구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2025-02-24 14:00:01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독립영화제, 지역영화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독립영화제, 지역영화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부산독립영화협회를 포함한 지역 영화인들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지원사업을 두고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 지원사업 예산 신청을 거부하는 등 예산 회복을 위한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다.

전국 지역독립영화협회가 모여 결성한 단체인 지역영화네트워크와 21개 영화제 관련단체는 지난 21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영화제 지원사업을 통해 소규모 영화제를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진위가 추진 중인 ‘2025년 국내 및 국제 영화제 지원 사업’의 개선안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2023년 연간 50억 원 수준이었던 영화제 지원사업 예산이 올해 32억 원으로 줄어 소규모 영화제의 타격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에 따르면 2023년에는 41개 영화제가 50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받았지만 지난해의 경우 24억 원(10개 영화제)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32억 원(20개 영화제) 수준으로 지원 예산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과거의 예산 규모에 한참 못 미쳐 소규모 영화제들이 존립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들은 영진위가 올해 새롭게 도입한 자격 조건 등 사업 세부 내용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동안 중규모 영화제와 소규모 영화제를 구분해 지원하던 것과 달리, 올해 지원사업은 두 영화제를 함께 선발하면서 소규모 영화제가 지원사업에 선정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3일 이상, 3회 이상’ 연속 개최한 영화제만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자격조건이 한시적으로 운영이 중단된 소규모 영화제와 신생 영화제의 지원 자격을 박탈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장편 10편 이상 상영 조건 신설, 지원금 인건비 사용 제한 등의 조치가 소규모 영화제의 현실을 외면한 편의주의적 사업운영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영화네트워크는 “상영시설이 부족하고 독립·예술영화 기반이 취약한 지역의 독립영화제들과 여성, 환경, 인권 등을 다루는 주제별 영화제, 신생 소규모 영화제들이 지역 영화문화 발전과 문화다양성 확산에 이바지해 왔다”며 “영진위가 발표한 지원 사업은 지역 독립영화제와 소규모 영화제를 죽이는 정책이다. 정책 철회와 2023년 수준으로의 사업규모 복구, 지역 독립영화제와 소규모 영화제에 특화된 별도의 지원체계 마련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내 최대 규모의 독립영화제인 서울독립영화제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올해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제 지원 사업에 공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협회도 지난 19일 서울독립영화제와 함께 발표한 성명문에서 영화제 예산 삭감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서울독립영화제 측은 “현재의 영화제 지원 정책은 성격과 목적이 다른 국내 영화제와 국제 영화제, 대형 영화제와 중소 영화제 모두를 난처하게 하고 영화제 간에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겨 소중한 연대 정신을 의도적으로 훼손하고 있다”며 “심각하게 훼손된 국내 개최 영화제 사업의 예산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현장 의견을 바탕으로 한 영화제 지원 정책을 설계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독립영화제, 지역영화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지난해 5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한국독립영화협회, 서울독립영화제, 지역영화네트워크가 공동 주최한 ‘2024 한국독립영화 연속 포럼’ 모습.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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