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현철 기자 byunhc@busan.com | 2025-02-24 17:53:08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이 승부차기 끝에 골키퍼 홍성민(포항)의 ‘선방 쇼’를 앞세워 우즈베키스탄을 힘겹게 꺾고 아시안컵 4강에 올랐다.
이창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대표팀은 23일 중국 선전의 유소년훈련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과의 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U-20 아시안컵 8강전에서 전·후반을 3-3으로 비긴 뒤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해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3-1로 간신히 이겼다.
이로써 한국은 이번 대회 4강에 오르는 팀에게 주어지는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올해 U-20 월드컵은 9∼10월 칠레에서 열린다.
U-20 아시안컵에서 통산 12회 최다 우승을 차지한 한국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의 정상 탈환에도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창원호는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후 5시 15분 같은 장소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격돌한다.
조별리그 2승 1무를 거둬 D조 1위로 8강에 오른 한국은 이날 경기 시작 1분도 채 되지 않아 상대에 페널티킥을 내줬으나 홍성민의 선방으로 위기를 탈출했다.
이후 우즈베키스탄과 공방전을 펼치던 한국은 전반 18분 일격을 당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코너킥 상황에서 아실베크 주마예프에게 헤더 선제골을 허용한 것이다.
전반 22분 왼쪽 측면 김서진(천안)의 크로스에 이은 백민규(인천)의 문전 헤더가 오른쪽 골대 옆을 비껴가며 땅을 쳤던 한국은 전반 26분 코너킥 상황에서 신민하(강원)의 득점으로 균형을 맞췄다.
윤도영(대전)이 오른쪽 구석에서 차올린 코너킥이 다소 짧게 떨어진 뒤 튀어 올랐고, 문전에서 잠시 혼전 상황이 벌어지자 근처에서 도사리던 신민하가 왼발로 밀어 넣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을 1-1로 마친 한국은 후반 초반 시원한 득점포로 전세를 뒤집었다. 후반 11분 윤도영의 날카로운 왼발 프리킥에 맞춰 문전으로 쇄도한 신민하가 정확한 헤더로 골망을 흔들어 앞서 나갔다.
이어 후반 16분에는 캡틴 김태원(포르티모넨스)의 골로 격차를 더 벌렸다. 이건희(수원)가 상대 패스를 끊어낸 뒤 수비 라인을 허물며 달려 나간 김태원에게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 줬고, 공을 몰고 오른쪽 페널티지역으로 침투한 김태원은 골키퍼가 뛰어나온 걸 보고 감각적인 로빙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승리를 다잡은 듯했던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의 막판 파상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연달아 실점하며 위기에 몰렸다.
수비진의 집중력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후반 45분 무캄마달리 우린보예프, 후반 추가시간이 끝나기 직전 아브두가푸 카이다로프에게 연속골을 내줘 3-3 동점을 허용, 연장전까지 끌려갔다.
양 팀은 연장전에서 나란히 추가 득점에 실패했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한국은 첫 번째 키커로 나선 김태원이 성공한 직후 홍성민이 상대 올로베르간 카리모프의 슛을 막아내며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
양 팀 세 번째 키커까지 1-1로 맞선 상황에서 한국은 네 번째 키커 김호진(용인대)이 오른발 슛을 깔끔하게 넣었고, 이어진 우즈베키스탄 무로디온 코밀로프의 슛 때 또 한 번 홍성민의 슈퍼 세이브가 나오며 2-1로 앞섰다. 마지막 키커 하정우(성남)가 골망을 흔든 한국은 천신만고 끝에 아시안컵 준결승과 월드컵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편 한국 U-20 대표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창원 감독은 동명대 축구부 사령탑을 맡을 당시 팀을 창단 69일 만에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끈 ‘유망주 육성 마스터’로 유명하다.
이 감독은 고교, 대학 연령대의 선수들을 맡은 팀마다 큰 성과를 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포항제철고 감독을 맡으면서 고교 클럽 챌린지 리그 3연패를 비롯해 수차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특히 2014년에는 40승 4무 8패를 거둬 ‘승률 83%’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또 이 감독은 현재 EPL 울버햄튼 원더러스에서 뛰는 ‘황희찬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져있다.
2023년 12월 20일 동명대 축구부 창단식 때 이 감독은 “공격 축구를 통해 빠른 시일 내 대학 축구 정상권의 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었는데, 그에게 필요한 시간은 단 69일이었다. 이 감독은 69일이라는 시간 동안 경북 영덕군과 경남 합천군 동계훈련 등 최대한 많은 연습 경기를 통해 전술을 익히며 조직력을 높여나갔다. 하루에 오전, 오후 연습 경기를 하면서 팀 최고의 조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나갔다. 그 결과 창단 첫 출전 대회인 춘계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에서 아주대를 꺾고 69일 만에 동명대를 우승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