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5-05 19:41:00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가 당심과 민심 경쟁에서 한동훈 후보를 꺾고 6·3 대선 당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을 거치며 파죽지세로 보수세를 흡수한 김 후보의 예상 밖 도약인 셈이다. 다만 보수 결집 열망을 동력으로 약진한 김 후보의 대권 가도는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 기류를 굳혀가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버티는 데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각 출신과 그의 강경 보수 성향은 중도 확장을 막아서는 ‘벽’으로 꼽힌다. 보수 결집으로 대권 가도에 올라선 김 후보가 직면한 중도 확장 한계론, 김 후보의 강점(Strength)과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와 위협(Threat) 요인을 들여다보는 ‘SWOT’ 분석으로 김 후보의 경쟁력을 점검한다.
■강점(S)
김 후보의 가장 뚜렷한 강점은 보수층의 부동 지지세다. 당초 김 후보는 12·3 비상계엄 이후 대선 국면이 펼쳐졌을 초기만 해도 보수 진영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무서운 기세로 여론조사에서 보수 잠룡들을 추월해 나갔다. 탄핵 정국에서 그가 보인 강경하고 일관된 가치관이 보수 지지층을 끌어들인 것이다. 12·3 비상계엄 직후 열린 국회 긴급 현안 질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국무위원들의 기립 사과를 요구할 때 김 후보만이 이를 거부했다.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보다는, 그 책임은 민주당의 줄탄핵과 의회 독재에 있다며 당시 국무위원 중 홀로 민주당과 맞섰다. 이후 보수 진영 내에서 김 후보는 ‘꼿꼿 문수’라 불리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도 그의 강점이다. 김 후보는 15대부터 17대까지 경기 부천 소사에서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이어 2006년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당선된 데 이어 2010년에는 재선에 성공했다. 이후 김 후보는 윤 정부 출범 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 이어 고용노동부 장관을 맡았다. 3선 의원에 재선 도지사, 경제와 노동의 컨트롤타워인 경사노위원장에 장관까지 여러 직을 맡아오며 쌓은 경험은 김 후보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청렴한 이미지도 그의 강점으로 꼽힌다. 김 장관은 10억 7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중 가장 적은 액수다. 김 후보 경기지사 시절 당시 경기도가 전국 청렴도 1위를 기록하는 등 ‘청렴’은 김 후보의 이미지로 꼽힌다.
■약점(W)
김 후보의 강점인 보수층의 확고한 지지세는 그의 최대 약점인 중도층 확장 한계론으로 작용한다. 강경한 보수 이미지가 중도층 표심을 막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반탄(탄핵 반대)파인 김 후보는 강경한 발언으로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힌 인물이다. 이에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부족해 중도층의 이목을 끌기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른바 ‘극우 이미지’에 갇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최근 “계엄의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고 발언하고, 윤 전 대통령 탈당에 선을 그었다. 이에 민주당은 그를 “대한민국 최극우 후보”라 주장하며 ‘프레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곧 참신함의 부족으로 연결된다. 과거와의 절연도, 연대도 아닌 ‘보수 승리’를 기치로 삼아 중도층의 구미를 당기게 할 만한 슬로건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후보는 당심과 민심에서 국민의힘 내 타 경선 주자를 따돌렸지만, ‘이재명 대항마’로 내세울 만한 참신한 이미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과거 그의 강경한 발언이 부른 구설도 그의 약점이다. 김 후보는 2011년 소방에 전화를 걸어 소방관에게 거듭 ‘관등성명’을 요구했던 녹음 파일이 공개된 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강성 노조를 ‘자살 특공대’로 표현하거나, 가수 ‘소녀시대’를 언급하며 여성의 외모를 빗댄 시대착오적 표현을 쓰기도 해 뒷말이 이어졌다.
■기회(O)
김 후보의 막판 약진은 ‘한덕수 단일화’ 선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가장 먼저 주장하면서 보폭을 늘려놨기 때문이다. 더욱이 김 후보 캠프에 한 후보와의 단일화 가교를 놓을 인물이 포진하면서 김 후보가 ‘보수 원팀’을 이룰 적임자라는 평이 잇따른다. 이 점은 보수 진영의 위기 속 당원 표심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결집에 대한 열망도 그의 기회다. 보수 진영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결집화는 더욱 가속하고 있다. 이에 강골한 이미지의 김 후보가 보수 결집 열망과 합을 맞춰 경선 막바지에 순풍을 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가 최근 ‘반명(반이재명) 빅텐트’ 구축과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더욱 앞세우면서 김 후보를 위주로 보수 진영이 뭉치고 있다. 지난 4·10 총선에서도 ‘민주당 200석’ 우려에 막판 보수 결집화가 이뤄졌듯 김 후보를 구심력으로 결집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 등 최근 국제적으로 강경 보수 정치인들이 득세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비슷한 기류가 형성되면 김 후보에게 유리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위협(T)
김 후보의 최대 위협은 뗄 수 없는 윤 전 대통령과의 연이다. 윤 정부 내각 출신인 김 후보는 그간 윤 전 대통령을 비판하기보단 감싸안으며 보수 결집세를 확장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반대하고 탄핵에도 비판 입장을 견지해 온 그이기에 민주당은 확실한 공세 명분을 쥔 상태다. 김 후보가 이 같은 강경 이미지로 당심을 견인해 온 만큼 윤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등의 갑작스런 태세 변환도 쉽지 않은 처지다.
여기에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김 후보는 당장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단일화 과정에서의 당내 갈등, 방식 충돌, 신경전 등 단일화 단계에서 당내 갈등이 분화할 경우 김 후보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3지대 빅텐트 합류도 그의 과제다. 비명(비이재명)계의 빅텐트 참여가 안갯속인 가운데,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를 끌어들이는 것도 김 후보의 어려운 숙제이다. 대선을 앞두고 신속하고 뒷말이 없는 단일화와, 반명 빅텐트 구축 여부가 그의 경쟁력을 평가할 기준점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