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2025-05-05 09:05:00
해마다 가을이면 부산은 영화의 바다가 된다. 올 9월에도 서른 번째 물결로 넘실댈 것이다. 그 물결의 중심에 영화의전당이 있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으로 개관한 영화의전당은 사실 영화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영화제 기간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수시로 열려 시민의 문화예술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그중에서도 하늘연극장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열리는 공연인 ‘BCC 초이스’에는 각별히 많은 공을 들인다. 영화의전당이 준비하고 있는 올해 ‘BCC 초이스’ 라인업을 소개한다. BCC는 영화의전당 영문 이름인 부산시네마센터에서 따왔다.
∎발레부터 뮤지컬까지 풍성한 상차림
5월 10~11일 이틀간 열리는 첫 무대는 발레가 책임진다.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지난해 초연한 창작 발레 ‘샤이닝 웨이브’로, 정영 시인의 시 8편을 환상적이고 시적인 몸짓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클래식부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품격을 더할 예정이다. 연출 김주원, 공동 안무 이정윤·박소연.
6월엔 이자람의 판소리 ‘눈, 눈, 눈’이 무대에 오른다. ‘판소리계의 젊은 거장’ 이자람이 5년 만에 발표한 신작.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주인과 하인’을 모티브로 눈보라 속에서 길을 잃은 상인과 하인의 이야기를 판소리로 재구성했다. 6월 14~15일.
여름방학 시즌인 7월엔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두 편이 기다린다. 루이스 캐럴의 고전을 기반으로 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완다랜드’는 3D 애니와 가상기술이 결합한 무대에서 와이어 플라잉과 아크로바틱, 탭댄스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치며 가족 관객에게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7월 19~20일.
7월 26일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이상한 나라의 춘자씨’는 치매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채로운 음악과 형형색색의 화려한 이미지로 풀어내 재미와 감동을 안겨줄 작품이다. 개그맨 김준현의 뮤지컬 데뷔작이다.
국립극단 연극 ‘십이야’도 부산을 찾는다. 셰익스피어 희극 ‘십이야’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으로, 대전예술의전당과 공동 제작했다. 사랑에 대한 본질적 감정을 유쾌하게 그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8월 8~9일 이틀간 열린다.
∎일년 내내 꽉 채워진 고품격 라인업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과 공동기획한 연극 ‘로제타’는 9월 5~6일 만날 수 있다. 구한말 선교사로 와 여성 교육과 의료 봉사에 생애를 바친 로제타 셔우드 홀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뉴욕의 ‘리빙시어터’와 ‘극공작소 마방진’의 협력으로 무대에 오른다.
11월에도 탄탄한 작품성을 앞세운 세 편이 관객맞이를 한다. 우선 8일 선보이는 국립오페라단의 ‘잔니 스키키’. 단테의 신곡 ‘지옥편’을 배경으로 이탈리아 피렌체 대부호의 유산을 둘러싼 에피소드를 다룬 작품이다.
연극 ‘시간을 칠하는 사람’으로 문체부장관상을 받은 극단 하땅세의 인형극 ‘걸리버 여행기’는 11월 14~15일 만날 수 있다. 각 장면의 시점을 자유롭게 조절하는 ‘줌인 앤드 아웃’ 기법으로 세밀한 디테일과 거대한 전경을 넘나드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첫 무대다.
11월 29일에는 전 세계 축제에서 초청 공연을 통해 K무용의 위상을 뽐내고 있는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가 펼쳐진다. 품바 타령을 바탕으로 기타, 드럼의 라이브 연주와 남성 무용수들의 파워풀한 안무가 돋보인다.
영화의전당 관계자는 “영화의전당에서는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예술 무대가 일년 내내 열리고 있다”며 “많은 관심과 관람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