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 2025-05-05 20:53:00
지난 2일 오전 9시께 부산 동구 초량동 부산항 국제여객 제2터미널 입구. 이날 도착한 크루즈에서 내린 관광객들이 터미널을 빠져나오자 택시 기사 7~8명이 달라붙었다. 기사들은 영어 일어 등 외국어 표기나 사진을 담은 ‘택시 투어’ 팻말을 손에 들고 호객에 열을 올렸다. 택시의 경우 기사가 운전대를 놓고 내려서 호객을 하면 불법이다. 어리둥절해 하던 일부 관광객들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불법 호객 행위도 문제지만 일부 기사들이 턱없이 비싼 바가지 요금을 매기거나 단거리 승객은 태우지 않는 승차 거부도 다반사다.
부산 관광업계 관계자는 “부산항여객터미널에서 남포동까지 택시 요금으로 5만 원을 부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동남아에서도 그랩, 우버 등이 정착하면서 바가지 요금이 사라졌다는데 부산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정말 부끄럽다”고 탄식을 내뱉었다.
부산을 찾는 크루즈 대부분이 기항지로 삼는 부산항 국제여객 제2터미널 앞에서는 불법 택시 호객 행위나 바가지요금이 성행하며 ‘관광도시 부산’ 노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해 부산 크루즈 관광객은 15만 2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1000명 이상 늘었다. 입항한 크루즈선도 2023년 105척에서 2024년 118척으로 크게 늘었다. 부산관광공사는 올해는 171척이 입항해, 관광객 수도 2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매주 2~3차례씩 새로운 크루즈가 부산을 찾으며 회당 수백 명가량의 관광객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산항 국제여객 제2터미널 앞은 혼란 그 자체다. 대부분 관광객은 선상에서 미리 신청한 투어 상품을 이용하거나 부산관광협회에서 운영하는 부산역행 셔틀버스에 오른다.
문제는 부산이 낯설고 별다른 관광 일정을 세우지 않은 경우다. 일부 택시 기사가 이들을 타깃으로 삼아 불법 호객, 바가지요금, 승차 거부 등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승객 정원 1000명이 넘는 대형 크루즈가 들어오면 택시 기사 30여 명이 몰려들기도 한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내리자마자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얼떨결에 이용했다가 나중에 바가지요금을 알게 되고 항의하는 일이 많다”며 “외국인들이 부산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고 돌아갈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부산항 국제여객 제2터미널 내 부산관광협회 관광 안내 데스크에는 택시 이용 관련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신용카드를 아예 받지 않고 현금만 요구하는 사례, 기사가 현금을 뺏다시피 가져가는 사례 등이 대표적이다. 한 직원은 “손에 들고 있던 한화가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기사가 뺏다시피 가져갔다며 분통을 터트린 관광객도 있고, 기사의 거친 고성에 겁을 먹은 관광객이 안내 데스크로 뛰어 들어와 중재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단속도 시늉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입항 크루즈가 30항차가 넘어서 지자체에 단속을 요청했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