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칼럼] 초고령사회, '입속 건강'도 신경을

윤동인 부산시치과의사회 법제이사

2025-06-09 17:57:38

2003년 고령화사회, 2014년 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은 2021년 9월 노인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가 되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만큼 삶의 질을 논할 때,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구강 건강’ 또한 중요한 축이 되어야 한다. 치아는 단순히 음식을 씹는 도구가 아닌 전신 건강과 영양 상태, 그리고 사회적 교류에도 깊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령화 사회는 보통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환경이 개선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나는 선진국형 사회이지만, 많은 문제점이 생길 수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노인문제로 빈곤, 질병, 고독감 등이 거론되는데 선진국의 경우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변하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되어 그에 대한 준비도 체계적이고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빠른 성장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고령화 사회가 이루어져 20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에 급격한 변화에 따른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초고령 사회에 대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제도와 의식을 재정립하고, 무엇보다 선진국형 노인복지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고령층의 구강 건강은 특히 취약하다. 오랜 세월 누적된 치아 손상, 잇몸 질환, 의치 문제 등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만성질환과도 직결된다. 치주질환은 심혈관 질환, 당뇨, 폐렴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연구들도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많은 어르신들이 ‘나이 들면 다 그렇지’ 하며 치과 방문을 미루는 것이 현실이다.

노인의 구강 건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지켜지기 어렵다. 비교적 높은 의료수가로 의료 접근성이 어려운 어르신일수록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고통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특히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는 구강 보건 서비스가 ‘찾아가는 복지’로 제공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공공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 중인 노인 구강검진, 이동 치과진료 차량, 방문진료 시범사업 등은 매우 고무적인 시도이다. 그러나 아직 제도적으로는 미비한 부분이 많아 지속성과 효율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노년층의 구강 건강을 위한 정책은 일회성이 아닌, 국가적 과제로 접근해야 한다. 예방 중심의 구강 보건교육, 정기검진, 틀니 지원 확대 등 다양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치아는 ‘제3의 심장’이라 불릴 정도로 우리 몸 전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고령사회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제는 ‘입속 건강’도 국가가 돌봐야 할 영역이다. 2025년은 대한치과의사협회 100주년이 되는 해이며, 지난 9일은 제80회 구강보건의 날이었다. 치과계는 앞으로도 지역사회와 함께 어르신들의 구강건강을 지키는 데 앞장설 것이며,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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