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와 이렇노" 이상저온에 우는 경남 양파

지난해 잦은 가을비에 정식 시기 늦춰
정작 겨울에는 가뭄·꽃샘추위 등 직격
생육 부진에 가격 폭락 겹쳐 '이중고'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2025-06-10 08:00:00

6월 8일 수확한 양파.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상품성이 없다. 독자 제공 6월 8일 수확한 양파.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로 상품성이 없다. 독자 제공

양파 수확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지만 경남 지역 양파 농민들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다. 올해 양파 생육기에 들이닥친 이상저온 탓에 양파 구가 크질 않아 한해 농사를 망칠 위기에 처했다.

9일 전국양파생산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남 지역 양파 재배면적은 약 3800ha다. 전국 총 재배면적 약 1만 8000ha의 20% 수준이다.

경남은 전남 다음 가는 양파 주산지다. 특히 경남산 양파는 바다에 인접한 전남권과는 달리, 지리산·덕유산 자락에서 생산되는 탓에 미식가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올해는 경남산 ‘상품’ 양파를 맛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파는 대표적인 월동작물로, 중만생종의 경우 10월 말쯤 정식에 들어가 이듬해 6월 초 수확한다. 겨울 이후 따뜻한 봄 날씨가 질 좋은 양파 생육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데, 남부지방의 비옥한 땅과 따뜻한 봄 날씨는 양파 생산에 적격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올해는 믿었던 날씨에 발목을 잡혔다.

함양·창녕·합천 등 경남 지방 양파 주산지는 지난해 잦은 가을비로 인해 정식 시기를 다소 늦게 가져갔다. 원래는 10월 말께 해야 하는데 11월 중순이 넘어서야 정식한 것이다.

그런데 정작 겨울에는 비가 오지 않아 가뭄 피해를 입었다. 이로 인해 양파 생육이 다소 더딘 모습을 보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강력한 꽃샘추위까지 찾아왔다.

경남 창녕군 대합면의 한 양파논.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독자 제공 경남 창녕군 대합면의 한 양파논. 수확량이 평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독자 제공

3월은 양파가 겨울철 저온을 견뎌내고 생육을 재개하는 ‘생육재생기’인데, 일부 산간지방은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졌고, 3월 중순에는 폭설까지 내렸다. 여기에 5~6월까지 예년에 비해 낮은 기온이 이어지면서 양파 생육에 직격탄을 날렸다.

함양군의 한 농민은 “1년 농사 열심히 지었다. 날이 춥든 덥든 매일 나와서 관리했다. 하지만 날씨가 안 도와주니 어쩔 수가 없었다. 지난해에도 한 30% 정도 피해를 입었는데, 올해는 피해가 더 큰 것 같다. 40% 정도는 수확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으로 양파 크기는 지상부 잎 개수가 좌우한다. 지상부 잎 개수가 많을수록 양파 겹도 많아진다.

정상적으로 자랐다면 노지 양파의 경우 지상부 잎이 10개 이상 만들어지는데, 올해는 6~8개에 불과하다. 당연히 양파 크기가 작을 수밖에 없다.

성유경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 사무처장은 “예년 같으면 100망을 수확하면 상품 비중이 70% 이상이다. 하지만 올해는 30~40% 수준에 불과하다. 액기스 짜는 크기인 탁구공 크기가 제일 많다. 이대로라면 수확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창녕군 대합면의 한 양파논. 상품성이 없는 양파들은 그대로 버려진 상태다. 독자 제공 창녕군 대합면의 한 양파논. 상품성이 없는 양파들은 그대로 버려진 상태다. 독자 제공

여기에 올해는 양파 가격도 낮게 형성돼 농민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폭증한 인건비와 자재비를 감안하면 가락시장 평균 경락가가 kg당 1000원은 넘어야 하는데 600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사실상 생산비도 건지기 힘든 셈이다.

양파 수확을 늦추려 해도 6월 중순이면 양파를 심은 자리에 모내기를 해야 해 농민들로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다.

이에 경남 양파 재배 농민들은 경남도와 농림축산식품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피해 복구·생계 안정 대책 마련, 양파 kg당 750원 이상 적극 수매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권상재 전국양파생산자협회 경남도지부장은 “일단 행정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해야 한다. 최근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역 농협과 유통업자들은 경남 농가의 고통을 외면 말고 양파 수매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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