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2025-06-15 20:50:00
지역 대표 브랜드는 쉽게 나오지 않는다. 기술력과 마케팅 역량은 기본이고 시장이 반응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신발산업의 메카였던 시절 부산에서도 대표 신발 브랜드를 만들려고 상당 기간 공을 들였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간 기억이 있다. 바로 ‘테즈락’ 브랜드다. 테즈락 브랜드의 실패 사례를 통해 자체 브랜드 육성이 쉽지 않다는 ‘교훈’을 새기는 신발업계 관계자가 적지 않다.
테즈락은 부산시, 부산은행, 지역 중소기업이 신발과 섬유사업 활성화를 위해 1997년 첫선을 보인 브랜드다. 당시 출발부터 야심만만했는데 5년 안에 국내에 테즈락 점포를 200~250개까지 확보해 1000억 원대 매출을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다. 그러나 테즈락은 영업 적자만 기록하다 2000년 아람마트로 사업이 이관됐다. 이 역시 2014년 사업 폐지 신고를 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테즈락의 실패에도 부산시는 신발 브랜드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지금도 부산시는 ‘부산브랜드 육성사업’으로 매년 12개 업체를 선정해 3억 원을 지원한다. 트렉스타는 그 중 대표 브랜드 발전 가능성이 가장 큰 업체다.
부산시 김봉철 디지털경제실장은 “지역 신발 브랜드업체는 생산 체인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어 관련 기업들 성장에도 영향을 끼친다”며 “1988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트렉스타라는 브랜드는 무시할 수 없다. 특히 기술력으로 인지도를 쌓아왔기에 더욱 중요한 브랜드다”고 말했다.
시와 신발업계의 노력이 이어지는 배경은 신발산업이 일반인 편견과 달리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지역 신발산업에서는 활발한 투자와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데, 사모펀드까지 뛰어들 정도다. 2022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신발 소재 제조기업 동진섬유를 인수했다. 이들 기업은 스포츠 브랜드 기업에 신발 원단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나이키·아디다스의 핵심 협력 업체다. 신발 인솔제조업체 영창에코 역시 2021년 BNW 인베스트먼트와 K-CLAVIS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사모펀드들은 기존 경영진이 놓친 기업의 장점을 찾아내 회사 가치를 끌어올리기도 한다. 사모펀드들이 보이는 지역 신발업계에 대한 관심은 신발산업의 잠재력을 증명하는 방증이다.
부산시의회 황석칠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신발산업은 지역의 다양한 분야와 연계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며 “지역 신발산업과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