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6-15 16:09:07
16일 열리는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이 3파전 구도로 전환되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당초 3선의 송언석 의원과 김성원 의원 간의 양자 구도로 압축되는 듯했던 선거 구도에 부산 지역 4선 중진 이헌승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PK(부산·울산·경남) 출신 중진 의원이 국민의힘 당내 재편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지난 14일 출마를 공식화한 이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4선에 오른 인물이다. 이 의원은 “어려운 때일수록 당의 중진이 앞장서서 해결해내야 한다. 당이 위기 상황에 처해있는 만큼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즉생의 각오로 당의 통합과 쇄신에 앞장서고자 한다”며 “모두의 원내대표로서, 합리적이고 강한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무엇보다 통합이 우선이다. 당내 계파를 청산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재확립하겠다”고 강조하며 △중도통합형 원내지도부 인선 △원내·외 공식 소통구조 확립 △상향식 총선 공천 시스템 구축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의원은 “여당의 3선 원내대표를 상대로 4선인 제가 타협을 이끌어내겠다”며 “정기적인 영수회담,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관철하고,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치 공세에는 강하게 맞서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임위별 정책자문위원회 활성화, 보좌진·사무처 당직자와의 소통 창구 구축, 청년위원회 활성화 등도 약속했다.
이 의원은 4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국방위원장 등 주요 상임위 업무를 맡았고, 당대표 비서실장, 부산시당위원장, 전국위원회 의장 등 당직도 두루 거쳤다. 이번 대선에서는 김문수 후보의 유세본부장을 맡아 실무형 리더십을 발휘했다. 국회 정각회장을 지내며 여야 의원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어왔고, 계파색이 옅어 친윤계(친윤석열계)와 친한계(친한동훈계) 모두와 비교적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의원의 출마는 TK 기반의 송언석 의원과 수도권의 김성원 의원 간 맞대결로 예상되던 원내대표 경선 구도에 변화를 일으키며, PK 지역의 정치적 존재감을 다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함께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김도읍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부산 출신 의원들이 중앙 정치에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역 정치권의 공감대는 여전하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부산시당을 중심으로 이 의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송 의원은 친윤계의 지지를 받는 후보로 평가되지만,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한남동 관저를 찾은 인물로 개혁 의지와 확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그는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도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 역시 과거 수해 복구 자원봉사 현장에서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는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의원은 과거 당직자를 폭행해 탈당한 전력이 있고, 김 의원도 무책임한 발언으로 징계를 받은 인물”이라며 “두 후보 모두 국민 눈높이에 맞는 인물인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이 이른바 친윤계와 친한계로 표현되는 계파 경쟁에 대한 피로감, 그리고 당내 개혁을 요구하는 중간지대의 부동표를 흡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친한계는 김 의원을, 친윤계는 송 의원을 각각 지지하는 구도 속에서 이 의원의 출마가 실질적인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출마 전에 송 의원과 조율해 두 후보 중 한 명만 나섰다면 당선 가능성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친윤계가 송 의원을 미는 분위기”라며 “친한계는 김 의원을 지지할 것이고, 부산에서도 최소 5표 정도는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은 오는 16일 오후 의원총회에서 열린다. 합동토론회와 의원 투표를 거쳐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을 대상으로 결선투표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