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버스 준공영제, 예산 범위 초과하는 ‘만성 적자’ 운영 체계·지원 구조 개편 절실

‘돈 먹는 하마’ 부산 버스 준공영제

2012년 236억 대출로 시작
현재 대출 잔액 2201억 달해
시 올해도 799억 대출 예정
코로나 이후 승객 감소로 ‘적자’
작년 적자 2820억, 대출도 한계
수차례 준공영제 개편 시도 불발
시, 노선 개편 등 적자 해법 검토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2025-06-15 20:34:00

15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BRT 정류소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15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진역 BRT 정류소에 버스가 줄지어 서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3000억 원의 대출로 운영되는 기형적인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에는 예산 범위를 초과하고 운영되는 방만 경영이 자리한다. 버스 운영 적자가 커지며 예산으로 감당할 수 없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출이 생겨났고 대출액은 수천억 원대로 불어났다. 교통 전문가들은 비용 절감을 위한 준공영제 구조 개편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대출 준공영제’ 어떻게 운영됐나

부산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버스 운송 적자를 시 예산으로 메워주는 내용을 핵심으로 2007년 시작됐다. 시는 부산버스운송사업조합의 수익금공동관리업체협의회에 매달 손실 보전액을 지급한다. 매년 9월이 되면 내년도 손실 보전액을 예측해 예산을 편성한다.

하지만 손실 보전액은 매년 예산 범위를 초과한다. 이에 시는 궁여지책으로 2012년 은행 대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매년 6월이면 조합에서 최저입찰제를 통해 1년 만기 확정금리로 은행을 통해 대출을 하고 부산시는 예산을 편성해 원금 일부와 이자를 상환한다.

2012년 236억 원 대출을 시작으로 필요할 때마다 연평균 150억~200억 원을 은행에 빌리고 있다. 원금 규모가 커 전체 대출액 상환은 불가능해 적자 운영 폭은 해마다 증가했다. 최근 3년을 살펴보면 2022년엔 대출액이 601억 원 늘었고 2023년엔 480억, 2024년엔 220억 원 증가했다. 현재 시가 조합을 대신해 갚아야 할 대출 잔액은 2201억 원이다.

시는 준공영제 예산으로 은행 대출을 갚는데, 대출금 상환으로 구멍난 예산은 급한대로 추경으로 보충하고 있다. 올해 초엔 전체 대출액 중 550억 원을 갚았으며 대출 상환으로 발생한 준공영제 예산 부족분에 대해선 지난달 500억 원 추경을 통해 보충했다. 시는 나머지 2201억 원도 이런 방식으로 갚아 나갈 예정이다.

올해는 최근 끝난 노사 임금협상 결과에 따라 대출금은 더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버스조합과 버스노조는 정기 상여금의 통상임금 반영, 64세 정년 연장을 핵심으로 하는 임금·단체협상 조정안에 서명했다. 시는 부족한 인건비를 지원하기 위해 오는 28일 799억 원을 대출할 예정이다.

■임계점 다다른 ‘대출 먹는 하마’

준공영제 운영을 위해 시가 버스조합에 보전하는 재정 지원금을 산정하는 기준은 표준운송원가다. 표준운송원가는 버스 1대당 하루에 드는 비용을 운전직 인건비, 임원 인건비, 차량 보험료, 유지·관리비 등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부산시는 이를 근거로 운송 비용을 정해 버스 조합에 운영 적자를 지원한다. 2014년 65만 6896원이었던 표준운송원가는 2023년 83만 4327원으로 상승했다.

표준운송원가가 10년 만에 15만 원 이상 올랐지만 버스업계 상황은 악화일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중교통 이용객이 줄며 재정 적자가 커졌다. 버스 수익이 감소하면서 버스 운영 적자도 늘어났다. 2020년 부산시 시내버스 운송 적자는 2469억 원을 기록했다. 2019년 1766억 원이었던 데 비해 적자가 급격히 증가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에도 이전 수준을 회복하기는커녕 적자 폭은 더 커졌다. 2022년엔 적자 3566억 원, 2023년엔 적자 3190억 원이었으며, 지난해에도 적자가 2820억 원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적자 폭이 3000억 원에 육박하고 은행 대출액도 한계치에 다다른 만큼 준공영제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버스 회사들의 수익 구조, 시의 지원구조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를 통해 시 재정지원을 넘어서 대출까지 이어지는 준공영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것이다.

시는 지난달 버스 노사 임금 협상 과정에서 벌어진 파업 사태 이후 준공영제 개편을 선언했다. 하지만 한 달가량이 지난 지금까지 뚜렷한 개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중복 노선 개편을 포함해, 노선 입찰제 도입과 장기적으로 공영제 전환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2019년 준공영제 개편을 위해 노선 입찰제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실현하지는 못했다. 노선 입찰제는 시가 시내버스 노선 면허와 운영권을 반납받은 뒤 위탁업체를 선정해 노선을 직접 운영하는 제도다. 시는 수익성이 떨어져 시내버스 업체가 운행을 기피하는 일부 노선을 이른바 ‘정책 노선’으로 지정해 노선 입찰제를 도입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시 예산 차원의 지원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국비 지원 등 정부 차원의 버스 운영 체제 지원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노선 개편 등 준공영제 효율성을 높여 재정 적자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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