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화의 산 역사’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 25일 별세

전 부경대 총장,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
조선통신사 가치 발굴, 한일 교류 사업 시작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핵심 역할
늦깎이 소설가 등단, 부산 문화 큰 어른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2025-06-25 12:56:06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 부산일보 DB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 부산일보 DB

지난 64년여 부산에서 학자이자 문화행정가, 문인, 한일교류 사업에 헌신한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이 25일 별세했다.

1939년 경상남도 하동에서 출생한 고인은 1978년 수산대에서 강의를 시작한 후 2004년 부경대 국문학과에서 정년 퇴임한 평생 학자였고, 부경대 총장을 맡아 지방국립대의 현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전하기도 했다. 2004년 마지막 강연에서 “이웃과 더불어, 상처 주지 않는 삶이 곧 인간적인 가치와 품위를 지키는 삶”이라는 걸 강조하며 “차이를 인정하되 절대적인 옳고 그름을 함부로 말하지 말고, 양보한다고 해서 지는 것도 뺏기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달라”는 당부를 제자들에게 전해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이 기억하고 있다.

고인은 부산문화재단 초대 대표를 맡아 부산 문화행정을 위해 큰 노력을 했다. 2009년 2월 출범한 부산문화재단은 오래도록 부산시라는 관 주도 하의 문화정책 수립과 문화예술 기획이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엄청난 변화를 만들었고, 문화예술 이해 부족으로 일관되게 진행되지 못한 문화예술 정책과 기획이 전문가의 손에서 독립적, 전문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게 했다.

고인이 했던 수많은 일 중 가장 대표적인 건 조선통신사 사업을 시작하고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게 했다는 점이다. 연구 활동 중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가치에 주목해 조선통신사 한일문화 교류 사업을 주창하고, 그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다한 실천적 지식인이다. 등재 준비를 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영역인 한국 측 추진위원회 학술위원장을 맡아 "임진왜란 이후 동아시아는 혼란스러웠고, 아시아 세력 균형이 흔들리고 있을 때였다. 당시 조선통신사는 이를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사로,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기여한 바가 크다. 세계인에게는 본보기이고, 세계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유산임이 분명하다"라는 논리로 유네스코 심사위원을 설득했다.

부산 문화현장, 문화행정, 국제 교류를 두루 경험해 고인은 ‘부산 문화의 산 역사’라고 불렸다.

74세에 종합 계간문예지인 '문예연구' 제61회 신인문학작품 공모전에서 소설 부문으로 당선돼 ‘늦깎이 소설가’로 변신해 화제가 되었다. 당선 소감에서 “고려장의 나이를 넘어서 '신인 소설가'의 명찰을 새로 달았다. 호기심이 신천지를 개척하는 계기가 된다. 호기심에 안달이 나서 소설까지 쓰게 되었는데 앞으로도 호기심에는 게으르지 않게 살고 싶다”고 말해 호기심이 있는 한 영원한 젊은이가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증명했다.

4년간 발품을 팔아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80세에 쓴 첫 장편 소설 <유마도>는 한국과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18세기 동래가 낳은 화가 변박이 조선통신사 사행선 기선장으로 일본에 가며 10개월의 여정을 촘촘히 그려내고 있다. 2013년 일본의 호넨지에 변박이 남긴 그림 중 유마도가 있다는 걸 확인하고 공식 기록에 없는 이 그림에 대한 정보를 문학으로 알릴 수 있겠다 생각했다.

유마도는 소설로서의 인기뿐만 아니라 유마도 현장 답사 여행이 생겨나기도 했고, 국립부산국악원의 대표 공연으로도 탄생했다. 유마도는 다음 달 첫 일본 공연을 앞두고 있으며 고인이 동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그 바람은 이루지 못하게 됐다. 고인은 여러 단편소설과 시집도 남겼다.

빈소는 해운대백병원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8일 오전 8시 30분이다. 051-893-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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