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7-10 17:23:27
최근 부산 연제구의 A중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이 “교실이 너무 더워 수업을 받기 어렵다”며 집단으로 학교에 항의하는 일이 발생했다. 1학년 교실은 건물에서 제일 높은 3층에 있는데 학교 건물이 노후돼 옥상에 내리쬔 햇볕의 열기가 실내로 고스란히 전달돼 빠져나가지 않는 구조다. 교실 내부 온도는 오전 시간대에도 29~30도까지 오르기도 한다. 여기에 학급 수가 예년에 비해 늘고 학생 수 과밀까지 겹치며 교실 안 무더위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이 학교 1학년 재학생의 한 학부모는 “아이가 더위에 지쳐 집에 오면 두통을 호소하고 기운이 없다” “이럴 거면 방학을 앞당기는 게 낫지 않느냐”고 말했다.
사하구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폭염으로 학생들이 사용하는 태블릿의 뒷판과 화면 패널이 집단으로 휘고 접착제가 녹아내리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 학교 교사 B 씨는 “내구연한이 6년인 기기인데도 3~4년 된 태블릿에서 이런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더위로 인한 피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비단 두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 교실마다 에어컨 등 냉방 기기가 설치돼 있지만, 건물의 구조적 문제나 노후화로 냉방 효율이 떨어지거나, 기기 노후화, 에어컨 냉매 부족 등으로 냉방 설비가 제 기능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있지만 무더위가 연일 계속되면서 학교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665개 학교 5만 8227개 교실 전체에 냉방 기기가 설치돼 있지만, 실제 작동이 제대로 안 되는 교실이 적지 않다. 폭염으로 수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아직 여름방학에 들어간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10일 기준 부산 지역 초·중·고 833개교 중 방학을 시작한 학교는 전체의 약 1%(5개교)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일주일 여 뒤인 오는 18일이나 21일에 방학에 들어간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폭염특보 단계에 따라 수업 방식이나 학사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학교에 줘 더욱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시교육청은 지난달 30일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자 모든 학교에 공문을 보내 양산·모자 착용, 부채 사용, 밝은색 옷 입기 등 폭염 대응 수칙을 안내하기도 했다.
각 학교에서는 학생 등교 전인 오전 7시 30분부터 교실 온도를 점검해 에어컨을 미리 가동하고, 암막 커튼을 설치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일부 학교는 실외 기온과 날씨 상황을 고려해 등·하교 시간 조정, 원격수업 전환, 단축 수업과 휴업도 검토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학교안전총괄과 관계자는 “지난 8일 부서 간 합동 점검회의를 열고 학교 현장의 폭염 대응 체계를 전반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올여름 폭염은 예년보다 강도가 높고 지속 기간도 길 것으로 예보돼 9월 말까지 폭염대비 전담반을 운영하고 상황별 대응 메뉴얼을 가동하는 등 종합 관리, 비상 체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