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07-09 18:27:04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의 융합으로 글로벌 토큰화 시장이 매년 25%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 분야에서 두 기술의 결합은 운영 효율성과 접근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새로운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는 최근 발간한 ‘현대 금융에서 AI와 블록체인의 융합’ 보고서에서 “두 기술의 융합으로 글로벌 토큰화 시장은 2025년 41억 3000만 달러에서 2029년 106억 5000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기사를 인용했다. 이를 통해 자산 토큰화 시장 연평균 성장률은 26.8%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토큰화는 실물 자산이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토큰으로 변환하는 기술이다. 기존 금융의 비효율성과 높은 거래 비용, 낮은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토큰화는 자산을 쪼개서 여러 사람이 나눠 가질 수 있게 하고, 투자자들이 예전에는 들어가기 어려웠던 시장에도 접근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여기에 AI 기술이 접목되면 자산의 가치 평가, 실사, 지속적인 관리, 규정 준수 모니터링 등 전체 생애주기 자동화가 가능하다. 이를 통해 수작업을 줄이고 거래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기술 통합이 금융 운영 전반을 재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회계·컨설팅 법인 EY는 ‘지능형 자동화’ 기술을 도입할 경우 운영 비용을 최대 40%까지 줄이고 서비스 제공 속도를 5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AI와 블록체인의 융합은 자산 관리, 리스크 예측, 고객 대응, 규제 준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으며,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는 기술로 부상 중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의 속도에 비해 제도적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는 디지털 자산을 둘러싼 국가별 규제의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기술 도입과 확산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회계법인 PwC의 연례 글로벌 암호화폐 헤지펀드 보고서는 “규제 문제가 디지털 자산 중심의 헤지펀드가 토큰화 자산을 도입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마지막으로 “AI와 블록체인의 결합은 금융 산업 전반에 걸쳐 새로운 운영 모델을 가능하게 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실현하기 위해선 규제 환경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제도 정비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7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역할을 맡은 국정기획위원회가 토큰증권발행(STO) 제도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STO 입법화가 가시화되면서, 부동산·미술품 등 실물자산 조각투자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국정기획위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심사와 사업체 선정 등 전 과정을 약 1년 반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투자자 이탈을 고려해 신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