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2025-07-28 14:59:53
가상자산거래소당 하나의 은행과 제휴하는 ‘1은행 1거래소’ 제도가 법적 근거 없이 유지되며 이용자 불편과 시장 경쟁 저해를 초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관련 법체계가 정비된 만큼, 자금세탁 방지 등 기존 규제 목적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서 이 제도의 완화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금융연구원 서병호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1은행 1거래소 규제 관련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슈를 조명했다. 1은행 1거래소 제도는 은행과 거래소가 오직 1대 1로만 실명계좌 계약을 맺도록 하는 규제다. 가상자산 관련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도입됐지만 법령이나 감독규정에 명시되지 않은 ‘그림자 규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올해 2월부터 법인의 가상자산시장 참여가 허용되자, 케이뱅크와 제휴 중인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해당 규제의 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케이뱅크의 법인 고객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고려해, 이용자 선택권 확대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경쟁 거래소들은 업비트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현행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2017년부터 자금세탁 방지 차원에서 가상계좌를 금지하고 실명계좌를 의무화했다. 2021년에는 특금법 개정을 통해 은행에도 거래 위험 평가 의무가 부과됐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거래소와의 제휴를 꺼리게 됐다. 2022년에는 프로비트(토스뱅크), 2023년에는 지닥(수협은행), 한빗코(광주은행), 오케이비트(SC제일은행) 등이 실명계좌 제휴를 추진하다 실패했다. 빗썸 역시 2023년 카카오뱅크와 제휴를 시도했으나 최종 무산됐다.
보고서는 해당 규제로 인해 이용자가 특정 거래소를 이용하려면 해당 거래소와 제휴한 은행 계좌를 새로 개설하거나 반복적으로 자금을 이체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휴 은행이 5곳에 불과해 선택권도 제한된다. 거래소는 다른 은행 고객을 유치하기 어려워 혁신 유인이 줄고, 은행 역시 제한된 고객 기반 탓에 서비스 개선 동기가 약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반면, 미국의 경우 제이피모건체이스는 코인베이스와 제미니 등 주요 거래소와 제휴해 입출금, 송금, 자동이체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는 제이피모건 외에도 바클레이즈, 스탠다드차타드 등 여러 은행과 협력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올해 가상자산기본법 제정 예정 등으로 법체계가 정비되면서, 이 규제의 실효성이 낮아져 이제는 완화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더 많은 은행이 가상자산 거래에 참여하게 되면 이용자 편의성이 향상되고, 거래소와 은행의 혁신 유인이 커져 서비스 다양화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