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절반은 본사 몫" 피자집 칼부림 배경, 프랜차이즈 '비용전가' 논란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2025-09-05 17:52:09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과도한 비용청구 등 본사·가맹점 간 갈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일 서울 관악구 한 식당에서 칼부림 사건이 발생, 경찰이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과도한 비용청구 등 본사·가맹점 간 갈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피자가게에서 벌어진 칼부림 사건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 간 갈등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의 고질적 '비용갑질'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피의자와 피해자 사이 과거 거래내역과 금전관계 등 본사·가맹점 간 갈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관련업계와 학계에서는 창업 인테리어 비용과 유통마진 거품이 낀 재료비, 수수료, 로열티 등 매출의 상당 부분을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져가는 관행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 프랜차이즈 가맹점 평균 창업 비용은 1억 1300만 원이고, 이 중 인테리어 비용이 45.6%를 차지했다. 대부분 본사가 지정한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하고, 4~5년마다 리뉴얼이 의무화돼 있다.

사건이 발생한 피자가게 역시 창업 점주들에게 주방 집기류 등을 포함해 5700만 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 가족들은 "본사가 알려준 인테리어 업체를 통해 공사했는데 누수가 생기고 타일이 깨져 문제가 많았다. 새로운 메뉴를 신설해달라”는 등의 요구가 많았다"고 경찰 등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전날 입장문을 내고 "2021년 10월 직영점 오픈 후 가맹사업을 한 이래 어떤 점주에게도 리뉴얼을 강요한 적 없다"며 "이번 사건은 인테리어 업체와 (A씨 사이의) 유무상 수리에 대한 갈등이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프랜차이즈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주요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대부분 본사 지정 업체를 통해 인테리어·주방설비 구입을 요구해, 그 비용은 수 천만 원에 이른다.

공정가 전국 1만 2000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서는, 본사로부터 '불공정 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점주가 54.9%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대비 16.1% 증가한 수치다.

한 대형 피자 브랜드의 경우 인테리어, 간판, 주방용품 설치 등에만 5300만~5800만 원가량을 요구한다. 여기에 영업 중에도 간판 교체(최대 300만 원), 인테리어 보완(최대 2000만 원) 등 추가 비용이 지속적으로 부과된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B사는 창업 시 인테리어, 주방설비, 부자재 명목으로 6000만 원 이상을 본사 지정 업체에 납부해야 하며, 최초 가맹금은 1000만 원 수준에 불과해 실질적인 초기 투자금 대부분이 본사 또는 본사와 연계된 업체에 들어간다.

영업을 개시한 이후에도 점주의 부담은 줄지 않는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는 유통 마진, 로열티, 광고 분담금 등 각종 명목으로 수십 가지에 달하는 비용을 점주에게 청구한다.

이 같은 비용을 제때 납부하지 못할 경우, 연 18~20%에 달하는 법정 최고 수준의 지연이자가 부과된다. 예를 들어, 인테리어 비용 2000만원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연간 400만원에 달하는 이자가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일부 가맹점은 로열티나 광고비를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해 본사와 갈등을 겪거나 계약 해지 위기를 맞기도 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상위 6개 본사의 최근 3년간 평균 유통 마진은 점포당 6529만 원(12.9%)에 달했다. 한 업체는 최대 17%의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공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에서 10만 원에 구입 가능한 식자재를, 가맹점주는 본사로부터 11만 7000원에 구매해야 하는 구조다.

치킨, 커피, 피자 등 주요 업종의 가맹점이 본사에 납부하는 평균 차액가맹금(유통 마진)은 2021년 1600만원에서 2023년 2460만원으로 54% 증가했다. 인테리어와 재료비 외에도 교육비, 홍보비, 본사 지정의 소모품 구매 등으로 가맹점주가 실질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고착화되어 있는 셈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맹점주는 창업 초기부터 수천만원의 인테리어 비용과 본사 공급 원가 이상의 식재료비를 부담해야 한다"며 "이 같은 비용 전가는 본사의 수익을 위해 점주의 생존을 담보로 삼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본사와 가맹점 간 비용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