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 공간 부족·초과근무 불인정… 노동부 장관에 호소한 부산시립예술단

지난 5일 김영훈 장관 타운홀 미팅서 문제 제기
악기 수리·연습 공간 대여 등 개인 비용으로 지출
열악한 환경서 연습하던 무용단원 부상 사례도
김 장관 "문체부와 공동으로 실태 조사해 대책 마련"
문화회관 위탁운영 시스템으론 개선책 요원 지적도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2025-11-09 17:58:10

김영훈(왼쪽에서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부산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지역 노동자들의 발언을 듣고 답변하고 있다. 부산노동포럼 제공 김영훈(왼쪽에서 두 번째)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부산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지역 노동자들의 발언을 듣고 답변하고 있다. 부산노동포럼 제공

부산 예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한민국 노동 정책을 총괄하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다.

김 장관은 지난 5일 부산 사상구 복합문화공간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부산의 미래 일자리, 함께 묻고 답하다’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부산의 지역·업종별 노동자들이 나와 청년 실업 문제, 플랫폼 노동의 권리 보호 등 최근의 노동계 이슈에 대해 논의를 했다. 제조·공공·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로 노동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는데 이례적으로 문화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예술 노동자들이 마이크를 잡았다.

부산시립예술단 노조원 A 씨는 부산 예술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제도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지적했다. 먼저 시립예술단원들의 임금은 비슷한 근속연수로 비교할 때 9급 공무원의 80%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실질적인 노동의 상당 부분이 외부 공간에서, 근무시간을 초과해 이뤄지는데 ‘초과근무수당’이라는 항목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이밖에 악기의 유지·수리, 연습 공간 부족 등의 문제도 제기했다.

특히 연습 공간 부족은 예술단의 수많은 문제를 파생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시립예술단 소속 7개 단체, 300여명의 단원들이 부산문화회관 내 소규모 연습실 5개를 돌아가면서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공연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

연습 공간이 모자라 외부로 연습하러 나간 경우 ‘근무지 이탈’ ‘근무 태만’ 등으로 감사에서 지적받는 일이 빈번하다. 어쩔 수 없이 휴게실 등에서 연습을 하는데 그럴 경우 휴식을 취해야 하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마찰을 빚는 일도 있었다.

일부 단원들은 외부 연습실을 개인 비용으로 임대해 이용하는데 부담이 크다. 문화회관 인근의 원룸을 월세 50만 원으로 임대한 단원이 있는가 하면, 시간당 8000원을 받는 1.65㎡(0.5평) 규모의 연습실을 이용하는 단원들도 있다고 한다.

최근엔 연습 공간을 찾지 못한 무용단원이 인근 공공기관의 양해를 받아 빈 공간에서 안무 리허설을 했는데, 전용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대리석으로 된 바닥에서 연습을 하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A 씨는 “현재의 시립예술단 지원 시스템은 예술 노동의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반 사무직과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최소한의 현실적 환경 마련과 처우 개선, 행정 제도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연을 중심으로 한 근로시간 인정 △개인 연습과 교육을 포함한 유연 근무체계 도입 △단원들의 전문성·공공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부산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지역 노동자들의 발언을 듣고 답변하고 있다. 부산노동포럼 제공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5일 부산 사상구 사상인디스테이션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 참석해 지역 노동자들의 발언을 듣고 답변하고 있다. 부산노동포럼 제공

이에 대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국에 있는 시립(공공)예술단 곳곳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 “예술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실태 조사를 해서 대책을 세우겠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이어진 식사 자리에서도 “예술 노동자들의 개인 또는 파트별 연습시간을 어떻게 근로시간에 반영해서 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문화계에서는 예술 노동자들의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10년 가까이 쌓여온 고질적인 문제다”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재의 시립예술단 운영 시스템으로는 개선이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애초 부산시 산하 ‘사업소’였던 시립예술단은 현재 부산문화회관이 위탁 운영하고 있다. 시립예술단 노조가 임금 및 단체협상에 나서면 부산문화회관이 사용자 측 자격으로 대화 테이블에 앉지만 시의 조례와 예산 범위를 벗어난 결정은 내릴 수 없는 구조다.

2017년 부산문화회관이 재단법인으로 바뀌면서 생긴 시스템인데 시는 그 때부터 예술단 운영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시립예술단 단장을 맡고 있지만 형식적으로 이름만 걸어 놓았을 뿐이다.

부산문화회관 관계자는 “부산시립예술단이 전국의 6대 광역시 예술단과 비교할 때 평균을 밑도는 낮은 처우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위탁 운영을 하고 있지만 권한은 없고 책임만 지는 구조여서 단원들의 요구를 수용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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