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2026-02-02 17:10:58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팀이 1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에서 ‘골든’으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했다. EPA연합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 ‘골든(Golden)’이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수상작에 이름을 올렸다. K팝이 그래미상에서 트로피를 거머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시작으로 꾸준히 두드려왔던 그래미의 장벽이 깨지면서 K팝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최초의 ‘본상’ 탄생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골든’은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 부문 수상작으로 호명됐다. 이 부문은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 등 시각 매체를 위해 제작된 노래의 작사가와 작곡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인 ‘골든’을 만든 작곡가 겸 가수 이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 프리미어 세리머니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AFP연합뉴스
‘골든’의 수상으로 작곡에 참여한 이재와 테디, 24, 아이디오(이유한·곽중규·남희동) 등 제작진은 K팝 작곡가로는 처음으로 그래미 트로피를 받게 됐다. 한국 음악 콘텐츠가 그래미 공식 부문에서 수상한 첫 사례다. ‘골든’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가상의 걸그룹 헌트릭스가 부른 메인 테마곡이다. 서정민갑 음악 평론가는 “K팝의 성과를 그래미에서 인정한 것”이라며 “K팝이 만들어온 어법, 스타일 등이 애니메이션 서사와 결합해 대중적인 파급력을 만들어낸 거라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로제가 1일(현지시간)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브루노 마스와 함께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다만 올해 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K팝의 본상 수상은 불발됐다. ‘골든’과 그룹 블랙핑크 로제의 ‘아파트(APT.)’는 본상인 ‘올해의 노래’ 후보에 포함됐지만,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이 부문 트로피는 가수 빌리 아일리시가 가져갔다. ‘아파트(APT.)’는 ‘올해의 레코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등의 후보에도 올랐으나 수상작으로 호명되진 않았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의 합작 그룹 캣츠아이 역시 주요 부문 후보로 이름을 올렸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켄드릭 라마와 시저는 ‘올해의 레코드’, 배드 버니가 ‘올해의 앨범’을 각각 수상했다.
그래미 어워즈는 1959년 시작된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으로, 후보 지명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수상은 K팝이 그래미 무대에서 처음으로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후보 지명이나 퍼포먼스에 그쳤던 이전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K팝을 소재로 한 콘텐츠와 제작 시스템까지 그래미의 공식 평가 체계 안에 들어왔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영호 음악 평론가는 “이번 수상은 K팝 역사에 획을 긋는 순간”이라며 “K팝이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특별한 외부자로서 설명되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당대 팝의 보편적 기준 자체로 인정받는 순간이라 의미있다”고 봤다. 이어 “K팝의 글로벌 시장 편입의 국면을 지나, 팝의 내부자로서 그 규칙과 스타일, 감성을 규정할 수 있는 위치에 도달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다만 본상 수상까지는 이르지 못한 만큼, K팝 아티스트의 순수 음원으로 본상에 진입하는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골든’의 수상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라는 콘텐츠의 세계적 흥행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K팝의 대중성을 인정하는 그래미가 예술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시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