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두나무가 위치한 건물의 업비트 로고 모습. 연합뉴스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유통을 위한 사업자 간의 이합집산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관련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주요 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은 컨소시엄 구성 등을 위한 탐색전을 벌이고 있다.
3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토스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주력 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주도하고, 금융 플랫폼·핀테크 회사인 토스가 이를 유통하는 방안을 염두에 뒀다.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은 카카오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와 페이 등을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준비했으나, 은행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기정사실화 되자 은행권 파트너를 찾는 중이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각각 카카오와의 협업을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으로로 알려졌다.
앞서 하나은행은 지난달 15일 네이버와 합병을 앞둔 두나무 지분을 1조 원을 들여 사들이기로 했다고 깜짝 발표했다. 당시 하나금융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 사용, 환류로 이어지는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나은행의 외환 거래 네트워크, 두나무가 운영하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네이버가 가진 네이버페이와 쇼핑 인프라 등을 아우르는 국내 최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업계 분위기가 점차 가열되면서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두나무와 네이버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두고 경쟁사들이 집단으로 문제 제기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은행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법안 통과 시점을 가늠하기 어렵지만, 미리 컨소시엄부터 구성해놓자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며 “MOU를 체결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업계 지형은 유동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국내 시중은행들과 추진 중인 예금토큰 실거래 사업 ‘프로젝트 한강’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실거래 테스트를 무기한 진행하기 위해 은행권, 가맹점 등과 막바지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예금토큰이 시중에 빠르게 정착될 경우 원화 스테이블코인 무용론이 대두되면서 국회 입법 절차가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