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한국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 미래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CGV는 8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2017 상반기 CGV 영화산업 미디어포럼’을 열고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의 확장 전략 및 M&A(인수합병)을 트렌드’ 주제로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 현재를 분석했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CGV 전략기획실 장용석 부사장은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기업 생존 전략으로 ‘M&A를 통한 초대형화’, ‘글로벌 수직통합 기반 시장 지배력 강화’, ‘이종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밸류 체인(Value Chain) 확보’를 '3대 키워드'로 선정했다. 우선 기업들의 M&A를 통한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현재 글로벌 톱5 극장 사업자는 완다그룹, 리갈시네마, 시네마크, 시네폴리스, 그리고 CGV 순이다. 2위인 리갈시네마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들은 대규모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CGV 역시 지난해 터키 최대 영화 사업자인 마르스를 인수하면서 글로벌 톱5로 거듭났다.
이에 반해 미국을 기반으로 오랫동안 글로벌 1위를 유지한 리갈시네마는 현실에 안주하다 완다가 AMC를 인수한 2012년을 기점으로 2위로 내려앉았다.
특히 중국 미디어 그룹들은 자국 및 아시아권 내 인수합병에서 벗어나 북미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감행해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 주자로는 완다그룹을 꼽힌다. 이 그룹은 세계 영화시장 장악을 위해 빠른 속도로 인수합병을 추진 중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초대형화를 꾀하는 것.
미국 AMC를 시작으로 미국 카마이크, 유럽 1위 사업자 오데온&UCI, 호주의 1위 사업자 호이츠 등을 인수해 1만3천개(2016년 3분기 기준) 이상 스크린을 확보했다. 지난 1월 북유럽 1위 사업자 노르딕 시네마그룹을 인수까지 더하면 완다그룹이 세운 세계 영화 상영 시장 점유율 20% 달성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완다그룹은 영화관 외에도 지난해 할리우드 대형 영화 제작사 레전더리픽쳐스를 사들였고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추가 인수에 대한 의지까지 발표했다. 최근에는 영화 시상식인 골든글러브, 빌보드 뮤직 어워드 시상식 등 TV 프로그램 제작사, 딕 클라크를 인수했다.
왕젠린(王健林) 완다그룹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에서 진행된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매년 50억~100억 달러를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분야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에 배정할 것"이라며 인수합병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이 펼치는 또 다른 전략은 수직통합. 뉴미디어 사업자 등장과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플랫폼과 콘텐츠 역량 강화가 절실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에선 거대 통신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탄생이 이어지고 있다. 컴캐스트는 NBC를, 버라이즌은 AOL, 야후를 확보했다. 미국 이동통신업체 2위인 AT&T와 미디어업계 3위인 타임워너의 결합도 진행될 예정이다. 중국에선 완다그룹이 수직통합 모범을 보인다.
완다그룹은 극장사업을 시작으로 영화산업 전 영역의 '수직통합' 전략을 추진해 산업 내 영향력을 확장 중이다. 투자·제작부터 배급·마케팅, 티켓예매 대행에 광고와 테마파크로 구성된 기타 사업까지, 영화 생태계 내 전 분야에서 영역을 구축했다.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성을 높인 이 시스템은 완다그룹이 빠르게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도록 한 기반이 됐다.
마지막으로 ‘이종산업 결합’.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 간 결합을 넘어 글로벌 IT 기업들의 본격적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시장 진입이 본격화됐기 때문. 미국과 중국 IT 대기업이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그룹과 어떤 식으로 결합할지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 IT 대기업들은 이미 자국 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 중 텐센트, 알리바바는 인수합병을 통해 북미 진출까지 추진 중에 있다. 텐센트는 2015년 9월 텐센트 픽쳐스를 설립한 후 올해까지 3억 달러 이상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신생 배급사 STX 엔터네인먼트에 지분 투자를 한데다 향후 메이저 스튜디오 인수 의사까지 표명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자회사 알리바바 픽쳐스를 통해 스필버그 제작사인 미국 엠블린 파트너스에 대한 지분 투자와 공동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미국 IT 대기업인 애플, 아마존, 구글 역시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본격화하면서 넷플렉스, 바이어컴 등의 인수 가능성을 열었다.
이날 미디어포럼에서 CGV 전략기획실장 장용석 부사장은 "세계적으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자국을 벗어나 글로벌 전체를 시장으로 삼기 위한 확장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초대형화, 수직통합, 이종산업 간 결합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장 부사장은 "영화를 포함한 국내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이젠 국내에서 벗어나 넓은 시각으로 세계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확장 전략을 참고해 문화 공룡 미국과 중국에 맞설 글로벌 문화 기업을 육성하는 게 K-컬처 확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어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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