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 2025-02-24 15:55:04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실 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의 서울 용산 대통령실은 2022년 대선에서 ‘청와대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윤 대통령이 숱한 논란 속에서 성사시켰다. 당시 국방부 청사를 불과 3개월 만에 대통령실로 바꿨고, 청와대는 전시·관람·공연 등이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국민들에게 완전 개방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조기 대선까지 이어지면 누가 집권하든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하는데 거부감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군 수뇌부(국방부 및 합동참모본부)가 있는 용산에 대통령실이 있어 군대를 동원해야 하는 계엄령을 선포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용산에서 재임하면서 국정 운영 성적표가 좋지 못했고, 계엄 사태 이후에는 수사기관의 압수수색 시도 등이 이뤄지는 등 국가 최고 권력 기관으로서의 상징성도 훼손됐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용산을 내버려두고 다시 청와대로 복귀하는 것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국민들에게 돌려준 청와대로 돌아가기 위한 명분도 없을 뿐 아니라 문화시설을 다시 업무공간으로 바꾸는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지하벙커’로 불리던 국가위기관리상황실 등 안보 관련 시설을 재가동하기 위해서도 상당한 비용과 절차가 요구된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대통령실을 정부부처들이 모여있는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준현, 김영배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행정수도 세종시 추진 방안과 과제’ 토론회를 열어 논의에 불을 붙였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이날 기조발제(‘국토 균형발전과 세종시에 대한 노무현의 꿈’)를 통해 대통령실 완전 세종 이전을 제안했다. 그는 ‘행정수도 추진위원회’와 국회·대통령실 완전 이전을 염두에 두고 ‘여의도+용산 미래위원회’를 발족해 수도권·지방 간 ‘빅딜’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SNS에 “세종 대통령실은 제가 주장했던 세종시 수도 이전의 핵심”이라며 “불법으로 쌓아 올린 용산 대통령실은 태생부터 잘못됐다.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을 세종시로 옮기기 위해선 ‘위헌’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특별법’에 대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것은 관습헌법이며, 수도를 바꾸기 위해선 개헌을 해야 한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4일 <부산일보>와의 통화에서 “다음 대통령은 민주주의와 헌정질서의 복원,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세종시에서 일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 조기 대선에 앞서 ‘대통령실 세종 이전’ 등 핵심 사안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속도감 있게 개헌을 추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 대통령실’을 주장한 세 사람 모두 민주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022년 대선 때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대통령 세종집무실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이번 탄핵정국에서는 행정수도와 관련한 발언은 삼가고 있다. 행정수도 문제가 개헌으로 연결되는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석열 정부는 2022년 8월 세종시에 ‘대통령 제2집무실’을 설치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2025년 상반기에 제2집무실 마스터플랜을 위한 국제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르면 2027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제2집무실은 대통령실이 서울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