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역 ‘돼지국밥 로드’ 새 명소… "식당 고르는 재미는 줄어"

최근 5곳 늘어 총 22곳 영업
맥도날드 뒤 골목에 6곳 몰려
지역 대표 로컬음식 입지 영향
관광객 유치에 큰 도움 기대감
초밥·밀면·설렁탕집 사라져
노포 다채로움 상실에 아쉬움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5-02-24 18:21:26

최근 돼지국밥이 인기를 끌면서 부산 동구 부산역~초량동 일대에 돼지국밥집이 늘어나면서 ‘돼지국밥 로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돼지국밥이 인기를 끌면서 부산 동구 부산역~초량동 일대에 돼지국밥집이 늘어나면서 ‘돼지국밥 로드’가 형성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최근 부산역 일대에 전통음식점과 노포가 사라지고 돼지국밥집이 속속 들어서는 경향이 뚜렷해 이목이 쏠린다. 최근 1년 새 부산역 인근 한 골목에만 국밥집이 6곳 이상 밀집하는 일도 벌어지며 인근 상인과 직장인들이 해당 골목을 ‘돼지국밥 로드’라고 지칭할 정도다. 부산을 찾거나 떠날 때 돼지국밥을 즐기는 외지인들을 겨냥해 자생적으로 생겨난 돼지국밥 상권이 새로운 명소로 잡을지 관심이 모인다.

〈부산일보〉 취재진 확인 결과, 최근 1년 사이 부산도시철도 1호선 부산역과 초량역 사이 음식점 거리를 중심으로 돼지국밥 전문점이 급격히 늘어났다. 부산역, 초량역 일대에서 돼지국밥을 상호에 포함하거나 판매 중인 가게는 현재 22곳이 영업 중인데, 최근 1년 사이에 5곳(29%)이 더 늘었다.

특히 부산역과 초량역 사이에 자리잡은 맥도날드 뒤편 사거리에는 한 골목에만 국밥집이 6곳이나 몰려 있다. 이른바 ‘돼지국밥 로드’가 조성됐다. 관광객들에게 ‘웨이팅 맛집’으로 인기가 높은 본전돼지국밥 인근으로는 최근 1년 사이 국밥집 3곳이 새 간판을 달았다. 부산역 인근 직장에 근무하는 한 50대 남성은 “15년 이상 영업 중이던 대구탕집도 최근 문을 닫으면서 돼지국밥집이 또 생긴다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외식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돼지국밥의 인기가 꾸준한 상승세를 타면서 관련 업종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돼지국밥 열풍’ 시초에는 부산역 인근과 맞은편에 줄 서는 돼지국밥집이 즐비하면서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영향이 컸다.

최근에는 SNS와 맛집 등 영향으로 돼지국밥이 부산을 대표하는 로컬 음식으로 입지를 굳히며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부산 시민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부산 돼지국밥집 곳곳에서는 입소문을 탔다 하면 영업 전부터 줄을 서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돼지국밥 전문점 창업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는 데다 소위 손님이 몰리는 특정 지역에 ‘깃발을 꼿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상인들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가게 사장은 “부산역은 외지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부산을 대표하는 돼지국밥집이 많아지는 것이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불경기라는 인식이 있지만 한 번 상권이 형성된 곳은 쉽게 무너지지는 않는다는 기대가 있어 똘똘 뭉쳐서 살아남으려고 하는 노력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돼지국밥 전문점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부산역 인근의 다양한 음식점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특정 음식이 상권을 독점하면서 지역 상권의 다양성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로 최근 생겨난 돼지국밥집들은 일본식 초밥 전문점, 밀면과 설렁탕집 등 수년간 영업했던 전통 음식점 자리를 꿰찼다.

부산역 일대 상권은 부산의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인 만큼, 과거 다양한 업종이 자리잡은 지역이었다. 부산항과도 가까워 선원과 상인들이 자주 찾는 횟집과 주점이 성행했다. 장거리 여행객을 위한 대형 식당부터 지역 주민을 위한 작은 분식집 등 24시간 영업하는 음식점도 많아 한때 다채로운 음식 문화가 공존했던 곳이다.

부산역 인근 사무실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안 모 씨는 “너무 많은 돼지국밥 가게가 생겨 경쟁이 치열해지고 전통 노포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것 같다”며 “점심 때 어느 식당에 갈지 고르는 즐거움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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