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2025-02-24 18:20:37
부산시가 인구에 비해 부족한 문화예술 인프라를 늘리고,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를 통해 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높이는 데 힘쓰기로 했다.
부산시는 스페인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며 100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도시가 된 것처럼, 산업 쓰레기를 버리던 버려진 섬 일본 나오시마가 예술섬으로 재탄생한 것처럼 ‘하이엔드 문화예술시설’에 콘텐츠를 채우겠다는 시정 방향을 밝혔다.
24일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전국 문화기반시설 현황’에 따르면 부산은 제2의 도시지만, 공공도서관, 박물관, 미술관, 문학관 등 문화기반시설은 144개로, 17개 시도 중 7위에 머물렀다. 경기가 622개, 서울이 469개의 시설을 자랑할 때 부산은 강원(247개), 전남(240개), 경남(233개) 등에도 미치지 못했다.
문화 시설뿐만 아니라 문화 향유에 있어서도 부산 시민은 갈증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부산문화재단이 발간한 ‘2024 부산 시민 문화예술활동 트렌드 조사’를 보면 2021년과 2024년의 부산 지역 문화 환경 평가 결과를 비교했을 때 다른 지표는 개선됐다. 하지만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이 충분하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문화예술행사·프로그램이 충분하다’는 응답은 2021년보다 2024년이 적어 더 나빠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시는 오는 6월 부산콘서트홀 개관, 2027년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이기대 예술공원 사업 등 하이엔드급 문화예술시설이 들어서면 시민의 문화 갈증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콘서트홀의 경우 이형 벽돌로 벽체를 시공한 세계 유일의 공연장이자, ‘악기의 제왕’이라고 불리는 파이프오르간을 비수도권 최초로 도입한 공연장으로 눈길을 끈다. 대극장(2011석) 기준 부산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들어가는 공연장이면서 세계적 시설 수준을 자랑한다. 그동안 부산 내 마땅한 공연장이 없어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수도권만 찍고 돌아가던 아쉬움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뮤지컬 사례만 봐도 문화 시설 인프라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2008년 부산은 공연장 시설이 대규모 공연을 하기에 미흡해, 세계 4대 뮤지컬 ‘미스 사이공’ 공연을 인근 도시에 내줘야 했다. 하지만 2019년 민간 문화시설인 드림씨어터가 개관하면서 이제 부산에서 대형 뮤지컬 공연을 먼저 선보이고, 전국을 순회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실제 부산에 문화예술 수요는 충분하다. 2023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무라카미 다카시 : 무라카미좀비’ 회고전은 69일 동안 14만 6180명이 관람했고, 하루 최대 4704명이 찾아 큰 성공을 거뒀다. 올해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 전은 일평균 1120명의 관람객을 자랑한다.
부산콘서트홀 개관을 앞두고 2023년과 2024년 부산시민공원에서 선보인 ‘클래식 파크콘서트’ 역시 정명훈 예술감독의 공연에 힘입어 2년 동안 3만 2000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쇠락한 도시 스페인 빌바오에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매년 100만 명이 찾아 지역 경제가 살아난 모범적인 도시재생 사례가 있다”면서 “앞으로 하이엔드 문화예술시설이 부산에 속속 들어서고 좋은 콘텐츠를 선보인다면 부산 역시 비슷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