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5-04-23 16:29:43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NCND’(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을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그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들은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공개 비판과 침묵 시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압박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한 대행은 23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캠프 험프리스 한미연합사령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했다. 이후 제이비어 브런슨 사령관과 안보 현안을 논의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차 강조했다. 지난 1일 육군 1사단과 공동경비구역(JSA)을 찾은 지 3주 만의 군 행보다.
정치권은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한다. 한 대행은 전날 프란치스코 교황 분향소가 설치된 명동대성당을 찾아 “가난한 이들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랑을 실천하신 교황께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CNN과 파이낸셜타임스(FT)를 비롯한 외신과의 연쇄 인터뷰도 이어가며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는 24일 예정된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상’ 발표와 국회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한 대행이 본격적으로 출마 선언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22일 출범한 ‘한덕수 국민추대위원회’는 한 대행의 등판을 촉구하고 있고,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23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한 대행은 경제위기 대응과 국제 협상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물”이라며 “3년 과도 정부를 선언하고 개헌을 약속한다면 정치권이 도울 명분이 있다”고 출마를 부채질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도 견제에 나섰다.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등 4강 주자들은 한 대행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내놨다. 홍 후보는 “고려 대상 자체가 아니다”며 선을 그었고, 안 후보는 “무역 협상 등 중요한 사명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 후보 역시 “국익을 지켜야 할 시기”라며 출마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김문수 후보 측은 “나오시라. 단일화도 가능하다”며 유일하게 열린 태도를 보이며 ‘김-한 단일화’ 구도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은 더욱 적극적으로 한 대행의 출마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덕수는 내란 방조자임에도 대선에 입맛을 다시고 있다”며 “계엄 청구서로 허덕이는 경제 현실에서 이런 출마 움직임은 파렴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노욕의 용꿈”이라며 “중도 하차할 것이 뻔하다”고 직격했고, 이언주 최고위원은 “그런 자가 후보면 지나가던 소가 웃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24일 예정된 한 대행의 추경 시정연설을 “사실상 대선 출마 연설”로 규정하고, 의원 전원이 침묵 시위로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황정아 대변인은 “나라를 망치는 행태를 중단하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