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 2025-04-24 08:30:00
기아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세단 전기차 ‘더 기아 EV4(이하 EV4)’가 지난달 11일 국내 출시되면서 흥행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EV3’가 뛰어난 성능과 효율 등으로 판매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어 EV4에 대한 기아의 기대도 적지않다.
기아는 23일 EV4에 대한 미디어 시승회를 가졌다. 시승코스는 경기도 하남에서 광주시 퇴촌의 한 카페를 왕복하는 약 66km 코스에서 이뤄졌다.
이날 시승한 모델은 EV4에서 가장 고급형인 롱레인지 GT 모델로, 81.4kWh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495km다. 롱레인지 모델은 타이어가 17인치냐 19인치냐에 따라 주행거리가 각각 533km, 502km가 나온다. 533km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EV4는 기아 디자인 철학 ‘오퍼짓 유나이티드’를 바탕으로 각진 형태의 EV3에 비해 역동적이면서도 세련된 외관을 갖췄다.
후드(보닛) 앞단에서부터 트렁크 끝단까지 부드럽게 이어지는 실루엣과 기존 세단에서 볼 수 없었던 루프 스포일러(지붕날개)가 차체 양 끝에 배치돼 있다. 또한 C필러(뒷문과 뒷유리창 사이 차체 기둥)에서 리어 스포일러(뒷날개)로 이어지는 볼륨감 있는 라인은 아우디 쿠페 ‘A7’을 연상케한다.
이 차의 전장과 전폭, 전고, 축거는 4730mm, 1860mm, 1480mm, 2820mm로 경쟁 모델인 테슬라의 ‘모델 3’(4720mm, 1935mm, 1440mm, 2875mm)에 비해 전장은 비슷하고 전고는 다소 높지만 다른 부분은 다소 짧다.
실내는 계기판과 공조·센터 디스플레이가 이어지는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D컷 스티어링휠(운전대), 공조계, 센터콘솔(운전석과 조수석사이 수납공간) 등에서 EV3와 디자인이 거의 비슷하다.
EV4는 넓은 실내 공간을 바탕으로 여유로운 헤드룸과 레그룸을 갖추고 있다. 실제 뒷좌석에 앉았는데 무릎과 앞좌석 뒷부분이 한뼘 반 이상 공간이 있다. 외관은 쿠페형에 가까운 세단으로 2열쪽 지붕이 다소 낮게 느껴지지만 루프와 키 171cm 기자의 머리사이 공간 여유가 있었다. 트렁크는 동급 최대 수준인 490L(독일자동차산업협회 기준)이다.
이 차의 성능은 150kW(201마력), 283Nm(28.9kg·m)으로 뛰어난 수준은 아니지만 실제로는 스포츠세단 못지 않다.
가속페달을 밟았더니 치고 나가는 힘이 놀라울 정도다. 순식간에 시속 100km를 넘어섰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7초로 빠른 편이 아니지만 실제 주행에선 그보다 빠르게 느껴졌다.
요철 구간에서 시속 60km로 달렸는데도 하부충격없이 부드럽게 넘어갔다. 다만 전륜구동으로 사륜구동이 아니어서 코너링에서는 다소 밀렸다.
고속주행에서의 실내 정숙성도 뛰어났다. 1열 운전석과 조수석 유리가 이중접합유리로 돼있다.
이 차에는 AI 어시스턴트도 탑재돼 일상적인 대화를 통해 일정 관리를 비롯해 전기차 최적 경로 설정, 여행 계획, 엔터테인먼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운전자가 경로 추천을 요청하면 어시스턴트는 경로와 경유지를 추천해주고, 이후 요청에 따라 추천 식당과 근처 충전소 검색 결과도 보여준다. 운전자가 도착시간에 맞춰 어시스턴트가 추천한 식당 예약을 요청하면 인원에 맞게 예약을 대신 해주며, 경유지에서 체류 시간 동안의 예상 충전량도 알려준다.
롱레인지 GT의 연비는 19인치 타이어 기준 kWh당 5.4km이지만 이날 시승후 kWh당 6.2km가 나왔다. 이날 시승 참여자들중에는 kWh당 8.8km가 나오기도 했다.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 0.23으로 기아 차량 중 가장 우수한 공력성능을 갖추고 있다.
롱레인지 GT 모델은 5219만 원으로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 원 초반대로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