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 2025-04-23 18:20:31
동명대와 신라대가 올해 ‘글로컬대학30’ 사업에서 예비지정대학 지위를 포기하고 단독 도전에 나선다. 지난해 연합대학 형태로 예비지정을 받은 두 대학은 올해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어 사실상 ‘예선 통과 티켓’을 확보한 상태였다. 그러나 조직 개편으로 내부 갈등이 예상되고, 총장 교체라는 변수까지 겹치며 양측은 독자 노선으로 방향을 틀었다.
동명대는 지난해 신라대와 연합대학 설립을 추진하며 개정했던 정관을 최근 다시 원상 복구했다. 동명대 관계자는 “공동 캠퍼스 운영이나 학과 통합을 위해선 정관 개정이 필수적”이라며 “작년에 신라대와 연합대학 모델로 글로컬 사업에 도전하면서 정관을 바꿨지만, 올해는 양측이 각자 지원하기로 하면서 다시 정관을 재개정했다”고 밝혔다.
신라대도 단독 지원을 확정 짓고 내달 2일 마감에 맞춰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신라대 관계자는 “우리 대학도 당초 연합모델에 맞춰 계획을 준비했지만,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해지면서 결국 각자 길을 걷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두 대학은 지난해 글로컬30 사업에서 예비지정 대학으로 선정됐다. 당시 양측은 연합대학 ‘부산글로벌허브시티대학(BIG)’을 출범해, 중복 학문 분야를 비교 우위 대학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예비지정은 본지정에 앞선 ‘예선 통과’ 단계로 1.5배수 범위에서 선정된다. 두 대학은 본 지정에는 실패했지만, 교육부는 예비지정 대학에 한해 기존 계획서를 보완하면 올해도 지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부산에서 이 혜택을 받는 대학은 동명대·신라대 뿐이다.
그럼에도 두 대학이 각개전투에 나선 배경에는 개편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중복 학문 분야 통합을 골자로 한 연합대학 개편안에 일부 구성원이 강하게 반발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 동명대가 글로컬 지원을 앞두고 총장을 교체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 글로컬 사업을 이끌던 전호환 총장이 물러나면서 연합 논의가 추진력이 떨어졌다는 해석이다. 동명문화학원은 지난달 26일 이상천 영남대 명예교수를 제11대 총장으로 선임했다.
예비지정대학 지위는 내려놨지만 두 대학은 각자 방식으로 글로컬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두 대학은 지난해 수립한 구상을 기반으로 단독 신청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동명대는 지난해 미래모빌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지역 산업과 연계를 강화하는 실무형 교육 과정을 구성했으며, 신라대는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웰라이프 분야를 특화해 전문성을 높이는 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지역 대학 관계자는 “부산에서 올해 예비지정대학 지위를 유지하는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 동명대·신라대밖에 없었는데, 이를 포기한 셈이 돼서 매우 아쉽다”면서 “양 대학 모두 독자적으로 충분히 준비할 여력이 있는 만큼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컬대학30 사업은 비수도권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총 30개교를 선정, 대학당 최대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국책 사업이다. 교육부는 올해 10개 대학 추가 선정을 끝으로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부산에서는 2023년 부산대·부산교대(통합형), 2024년 동아대·동서대(연합형)가 각각 선정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