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9-12 08:00:00
프로야구 연고지 이전을 놓고 협상 중인 경남 창원시와 NC 다이노스의 볼썽사나운 ‘밀당’이 길어지고 있다.
주판알 튕기기에 바쁜 양 측의 자세에 관중 사망사고에서 비화한 이번 사태 수습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구팬과 시민만 속앓이하고 있다.
11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3월 창원NC파크 3루 매점 인근에서 창문 외벽에 설치돼 있던 60kg짜리 구조물이 추락하며 관중 3명을 덮쳐 1명이 숨졌다. 이 사고 이후 NC 측이 '연고지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고, 창원시는 두 달 간의 장고 끝에 20년간 1346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안을 내놨다.
야구팬이 아닌 시민을 중심으로 혈세를 낭비한다는 우려도 제기됐지만 프로 야구단으로 유발되는 지역 경제 효과와 야구팬 여론을 고려했다는 평가다.
창원시의 1300억 지원 발표를 지켜본 NC 다이노스 이진만 대표는 “창원시의 노력과 지원 의지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즉답은 피했다. 금액의 크기보다 즉시성·실효성·구체성·이행력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어 협의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NC 측의 주장이다.
이후 창원시 NC 상생협력단과 NC 다이노스 경영본부 실무진 등은 지난달부터 대면·비대면 소통을 수시로 벌이고 있다. NC에서 주문한 보완 사항을 구체적으로 다듬는 과정이다.
일단, 창원시는 NC파크를 순환하는 시내버스 노선을 신설하고 구장 내 전광판에 광고를 계약하는 등 선제적인 지원에 추진했다. 연도별로 지원할 예산 규모와 지급 방법, 시기 등은 추가적으로 조율하는 중이다.
창원시와 NC 모두 대외적으로 ‘물밑 협상이 잘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진행 상황에 대한 평가는 서로 판이하다. 창원시는 연고지 잔류 방향으로 사태가 어느 정도 일단락됐다며 자신감을 보이는 반면, NC는 여전히 진척된 상황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창원시는 연고지 잔류를 전제로 한 이번 지원 계획에 대해 NC와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야구단에서 수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이 아닌, 세부적인 내용을 함께 협의·검토 하자는 취지로 답변한 것 자체가 큰 틀에서 합의가 됐다는 의미로 본 것이다.
실제로 장금용 시장권한대행은 지난 4일 열린 창원시의회 시정질문에서 “NC 다이노스가 연고지를 이전하는 것을 현실화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NC의 입장은 창원시와 온도 차가 확연하다. 지원안이 확약서 등의 형태로 명문화되지 않는 이상 야구단의 ‘연고지 이전’은 지속 논의해야 할 사안이란 설명이다. 언제든 연고지 이전은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NC 관계자는 “창원시와 진정성을 갖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연고지 이전 문제에 대해선 전혀 합의 된 게 없다”라며 “계속해서 창원시와 지원안의 즉시성·구체성 등에 대해 서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 단계일 뿐”라고 잘라 말했다.
앞서 지원안 요구 기한을 ‘한 달’로 못 박았던 NC는 창원시와의 추가적인 협의 기한을 ‘무기한’으로 해둔 상태다. NC 측은 “협의가 내년까지 지연될 수도 있다”고 부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묘한 상황을 두고 지역에서는 NC가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야구팬은 선거판에서 만만찮은 표심으로 작용한다. 팬심이 표심으로 이어지면 차기 창원시장 후보자들을 포섭하기 쉬워 창원시와 협상 테이블에서 자연스레 NC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란 셈법이다. 한 표가 아쉬운 여야 후보들이 먼저 NC에 ‘노크’할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반면, 전임 시장의 불명예 퇴진으로 무주공산이 된 창원시는 한시가 급하다.
행여 민선 9기 시정에서 혈세 낭비 등을 이유로 지원 계획 백지화를 선언할 시 연고지 이전은 현실이 된다. 이 경우 야구팬뿐만 아니라 지역 상공인들의 반발이 불 보듯 뻔하다. NC는 마산 골목 상권에 큰 축을 맡고 있고, 야구 시즌이 되면 지역 경제에 순풍은 무시 못 할 수준이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창원시는 파격적인 지원안을 발표했지만 시민 목소리를 충분히 담지 못했다. NC는 NC대로 팬심을 앞세워 구단 잇속 챙기기에 바쁜 모양새다.
창원시와 NC 모두 ‘아전인수’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뒷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이를 지켜보는 지역 정가의 반응도 그저 냉소적이다. 모든 시민이 야구팬도 아닌데 사기업에 천문학적인 지원을 하는 것도 모자라 협상을 선거까지 끌고 가겠다는 건 용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창원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정순욱(경화·병암·석동) 시의원은 “집행부에서 사기업에 그 정도의 금액을 지원하는데 정작 시원하게 ‘이전 안 한다’는 말도 없다”라며 “만약 불확실한 미래를 보고 협상을 선거까지 끌고 가겠다고 하면, 그건 정치적 하수의 발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