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 때보다 훨씬 잘하더라.”
배우 고아성은 영화 ‘오빠생각’에서 어린이 합창단원을 연기한 수많은 아역과 함께했다. 아역 때부터 연기를 해왔던 그녀에겐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뭔지는 모르겠지만, 괜한 기대와 설렘이 자리했다. 자신의 옛 기억도 떠올랐을 법하다.
고아성은 비에스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 나잇대 연기를 시작해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 기대를 많이 했다”면서 “옛날 생각나게 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나 어렸을 때보다 훨씬 잘하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즉흥적인 감독의 주문과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감각적으로 연기해내는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오히려 많이 배웠단다. 또 이들과 얽힌 재밌는 일화도 들려줬다. 그녀는 “30명 정도의 아역이 있는데 그중에서 한 명의 역할 이름이 만지였다”며 “누가 ‘만지야’를 부르면, 나도 모르게 ‘네’ 하곤 했다”고 들춰냈다.
고아성은 이한 감독의 전작 ‘우아한 거짓말’에서 만지 역을 연기했다. 두 작품 사이에 ‘오피스’ ‘풍문으로 들었소’ 등 다른 작품을 했음에도 자동반응이었다고. 그만큼 전작의 영향이 컸다. 피아노를 잘 친다고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이번 작품에 참여하고자 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녀는 “한번 작업한 배우들은 다 같은 마음일 것”이라며 “온 진심을 다 담아서 영화를 만드는 분이다. 그럴 때마다 정말 멋있다”고 감독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한국전쟁 당시 실존했던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오빠생각’에서 고아성은 합창단 아이들을 돌보는 박주미 선생님 역을 맡았다. 이 역할 역시도 실제 모델이 있었음에도, 이에 의지하지 않았다.
고아성은 “실제로 있었지만, 왠지 현장에 맡기고 싶었다”며 “아이들이 합창하는 걸 보면서 그 반응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게 있다. 그리고 그 반응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화 속 박주미의 역할은 그리 크지 않다. ‘설국열차’ ‘오피스’ 등 강렬한 역할을 해왔던 것에 비해 돋보일만한 지점이 없는 캐릭터인 셈이다. 한상렬 역의 임시완이나 다른 아역 배우들과 비교해도 마찬가지다.
“맞다”고 고개를 끄덕인 고아성은 “시작할 때부터 이 영화는 아이들의 영화라고 생각했다”며 “뭔가 인상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시나리오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연기할 때 중점을 뒀던 것도 아이들을 대하는 ‘진심’이었다.
이한 감독의 특징 중 하나는 착하다는 것. ‘오빠생각’ 역시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극 중 인물과 영화의 배경은 따듯하고 밝다. 또 악역인 갈고리(이희준)마저도 착한 기운이 맴돈다. ‘우아한 거짓말’과 ‘오빠생각’, 두 편의 영화를 함께 한 고아성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녀는 “‘우아한 거짓말’도 따듯하고, 밝지만 영화 자체는 날카롭다”며 “감독님 성향을 잘 알아서 어두운 점을 찾으려는 것일 수도 있는데 날카롭고 무서운 게 있다. 마냥 착한 영화라고 생각한 적 없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또 고아성은 이한 감독의 작품을 연이어 하면서 많은 변화를 경험했다.
“배우가 연기하면서 영향을 받았다고 말하는 게 사실 민망한 일이에요. 근데 이번에는 그걸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밝아지기도 했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또 30명의 아이와 지내다 보니 이들이 보거나 들으면 안 되는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는지 뒤돌아보게 되더라고요. 말을 꺼내거나 행동할 때 한 번씩 생각해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사진=비에스투데이 강민지 기자
비에스투데이 황성운 기자 bstoda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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