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2025-08-01 17:09:56
“세상에 이런 봉변이 있을 수가 있나요?”
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한 상가주택 앞. 검은 토사와 온갖 가재도구 등이 주택 앞에 수북하게 쌓였다. 약 6m 돼 보이는 이면도로에 한 가운데 경찰 통제선이 설치돼 차량 통행을 막고 있었다.
이 동네 주민이라는 50대 한 남성은 “요즘 같은 세상에 집이 무너져 사람이 죽는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이냐”며 “이 길가에 건물들이 전부 노후화했는데, 다른 곳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46분 양덕동 2층짜리 상가주택에서 1층 천장(2층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건물 1층 상가에서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던 50대 중국인 A 씨가 매몰됐다가 4시간여 만에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2층에 거주하던 10~40대 일가족 3명은 경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현장 한쪽에는 하얀 테이블 위 칭따오 맥주와 국화꽃 등이 놓여있었다. 사고 소식을 들은 A 씨 지인들이 그를 추모하기 위해 평소 좋아하던 음식 등을 두고 간 것이다. 건물 1층 내부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속살을 드러내 사고 당시 충격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바로 옆 건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업주는 “A 씨가 담배를 사려 편의점을 매일 같이 들러 인사하고 지냈다. 인사성도 밝고 타국에 와 아등바등 살아왔을 텐데 이번 사고로 명운을 달리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사고 당시 ‘쿵’하는 소리도 없어서 모르고 있다가 주변이 시끄러워서 나와보니 무너져 있었다”고 했다. A 씨는 약 8년 전부터 이곳에서 중국 식료품 등을 판매해 왔던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가 난 건물은 전체 면적 약 164㎡, 지상 2층 규모로 1978년 2월 준공됐다. 하지만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돼 이후 한 번도 안전 점검을 받지 않았다. 창원시 등 행정당국은 추가 붕괴 우려가 없는지 등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현장을 찾은 국토안전관리원 관계자는 “노출된 철근 부식이 심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세한 붕괴 원인은 더 조사해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산소방서 관계자도 “매몰자 구조 당시 콘크리트를 절단했는데, 그 강도가 너무 약했고 철근 부식도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고 당시 이 건물 2층 바닥에 많은 양의 흙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마산회원구는 2층 주민이 보일러 공사 과정에서 비용을 아끼려 제대로 된 바닥재 시공을 하지 않고 흙을 덮어 채로 생활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흙이 사고 원인과 연관 있는지도 살펴볼 예정이다.
다만 인근 주민들은 노후화된 주택가 바로 앞에 최근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대형 차량이 수년간 지나다니면서 집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재까지 붕괴 당시 건물에 가해진 외력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자세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