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 2025-08-01 22:22:10
서울구치소에 수용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 거부 논란과 관련해 윤 전 대통령 측은 "언론 브리핑을 가장한 '인신 모욕'의 장을 만들었다"며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신체·의복 상태를 상세하게 거론한 특검팀의 언급에 반발했다. 반면 여권 인사들은 "참담하고 추하다"며 윤 전 대통령의 행동을 비판했다.
1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들어갔으나 2시간여 만인 10시 50분께 빈손으로 철수했다. 문홍주 특검보가 특검팀 소속 검사 1명, 수사관 1명과 함께 수용실 앞까지 직접 가서 교도관을 지휘했으나 끝내 체포에 실패했다. 당시 상황에 대해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구치소에 찾아가 20∼30분 간격으로 총 4차례에 걸쳐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요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완강히 저항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민소매와 속옷 차림으로 누운 채 특검팀의 말을 끊으며 협조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게 특검팀 설명이다. 이에 안전사고를 우려해 물리적 접촉을 시도하지 않고 결국 체포영장 집행을 멈췄다고 한다. 이에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에는 물리력을 행사해서라도 체포영장 집행을 완료할 방침이라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수감된 사람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진 사례는 많지만, 모든 경우 체포영장을 들고 가면 자발적으로 응했다"면서 "특검은 체포 대상자가 전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체포영장 집행에 따를 것을 권고했으나, 피의자는 수의도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운 상태에서 체포에 완강히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또 "사실 체포영장 집행은 설득의 과정이 아니지만,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자발적으로 따를 것을 권고했다"며 "특검팀이 물리적인 접촉을 해오면 거기에 대해 물리적으로 강하게 대응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 특검보는 "피의자는 평소 공정과 상식, 법 원칙을 강조했고 이번 사건을 통해 국민들은 법이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지 지켜보고 있다"며 "전직 검사, 검찰총장, 대통령으로서 특검의 법 집행에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복장 규정대로 착용하고 있다가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수의를 벗었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혹서기에는 아침 기상 시간인 오전 6시 20분부터 취침 시간인 저녁 9시 전까지 반팔티와 반바지를 착용하는 것이 서울구치소 내부 규정"이라면서 "장시간 규정대로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면 입을 것을 명하고, 불이행 시 벌점을 부과한다고 한다. 벌점이 쌓이면 징계 등 불이익이 주어진다"고 덧붙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반팔 상하의를 정상적으로 입고 있다가 특검팀이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수의를 벗었고 특검팀이 나가자 바로 입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또 윤 전 대통령이 체포 불응 이후 변호인 접견에서는 수의를 착용했냐는 질의에는 "그런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사실 전직 대통령의 이런 행태는 민망하다"며 "전직 대통령이었음을 고려해 특혜 등 오해를 받지 않고 적절히 예우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측은 특검팀의 언론 브리핑 내용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 소속 유정화 변호사는 일부 언론을 통해 "특검이 체포영장 집행에 불응한 정황을 설명한다"며 "개인의 복장 상태까지 낱낱이 언급하며 '메리야스와 팬티 차림', '삼각팬티냐 사각팬티냐' 등 저열한 수준의 언사가 언론을 통해 전파되도록 방조했다"고 비판했다. 유 변호사는 "도대체 어느 문명국가의 법률기관이, 이 더운날 40도에 육박하는 협소한 공간에서의 수용자의 복장 상태를 기자들에게 실시간으로 설명하고 논평하냐"며 "이것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피의자의 인격을 공개적으로 조롱하고, 사회적 명예를 철저히 짓밟는 것이며, 나아가 국가가 수용자의 인권을 어떻게 유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조차 보장되지 않는 수용 환경을 사실상 자랑하듯 떠벌리는 특검의 행태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은 수의도 입지 않고 바닥에 누워 버티며 그야말로 어린아이처럼 생떼를 썼다고 한다"며 "헌정 질서를 부정하는 내란수괴 그 자체"라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었다는 사람의 퇴화하는 모습에 국민은 참담함을 느낀 지 오래지만 그 추락에는 끝이 없고 이제는 말 그대로 추하기까지 하다"며 "내란수괴에 대한 더 이상의 양해와 배려는 말 그대로 특혜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검은 반드시 내란수괴 윤석열을 구인해서 법의 엄정함을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현희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에 "내란수괴 윤석열이 또다시 적법한 법 집행을 거부하며 '묻지마'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범죄자가 버티면 체포되지 않는다는 악례를 남겨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법꾸라지의 행태'가 도를 넘는다"며 "특검과 교정 당국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