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구 "한 우물만 파니까 물이 나오네요."(인터뷰)

2016-04-18 08:17:52

탄탄한 연기력에는 이견이 없다. 굵직한 작품에도 출연했다. 인지도가 없던 것도 아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아쉬웠다. 소위 말하는 '한방'이 부족했던 탓이다. 적어도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랬다. 배우 진구다.
 
"때가 되니까 터진건가 싶기도 해요. 오히려 덤덤하기도 하고.(웃음). 그동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일단 좋은게 첫 번째예요."
 
진구는 지난 2003년 드라마 '올인'에서 이병헌의 아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영화 '비열한 거리' '트럭' '마더' '명량' '연평해전' 등에 출연하며 인상 깊은 연기를 보였지만, 그에 비해 대중들에게 큰 존재감을 발휘하진 못했다. 진구도 이에 대해 "그동안 어렵기도 했고 서운했던 감정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 상사를 연기한 진구는 소위 말하는 '대세 배우'가 됐다. 드라마의 흥행은 물론, 자신과 꼭 어울리는 역할을 만나 열연한 덕분이다. 이에 대해 진구는 "주변의 뜨거운 반응에 가능하면 휘둘리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한 발 물러섰다. "어차피 빠질 거품"이라는 게 그의 설명.
 
물론 생각처럼 전혀 동요되지 않을 수는 없다. 진구는 "내 주변의 가족들과 친구들이 모두 기뻐하고 있는데, 정작 본인이 덤덤하게만 있는다면 그들의 흥을 깨는 것 같다"며 "즐길 때는 멋지게 즐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중에 거품이 빠졌을 때 상실감이 들지 않도록"이라고 덧붙이며 웃어 보였다.
 
앞서 언급했듯 '태양의 후예'의 흥행과는 별개로, 극 중 서대영 상사 역할은 진구에게 맞춤복과 같았다. 그만큼 이질감이 없었고 어울렸다. 전작인 '연평해전'에서도 그는 해군 중사 역할을 맡아 호평 받았다.
 
진구는 "지난 군 생활을 돌이켜보면 좋았던 기억들 밖에 없다"며 "그 당시의 추억들이 자양분이 돼 연기를 하다보니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극 중 '브로맨스'를 보인 '김일병' 김민석과의 호흡을 언급하며 "나에게 잘해줬던 선임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연기했던 것이 많이 묻어나온 것 같다"고 회상했다.
 


특히 진구는 극 중 윤명주 중위를 연기한 김지원과 '구원커플'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달달하면서도 애절한 로맨스 연기를 선보였다. 진구는 김지원과의 첫 만남을 회상하며 "김지원은 여느 어린 여배우와 달리 조숙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띠동갑의 나이차는 전혀 실감되지 않았다고. 그는 "오히려 내가 김지원에게 '띠동갑인데 더 귀엽게 행동해야 하는거 아니냐'며 애교를 갈구했다"며 웃었다.
 
또 진구는 김지원과의 실감나는 로맨스 연기 비결에 대해 '결혼'을 꼽았다. 아내가 생긴 뒤 여배우와의 호흡이 자연스러워졌다는 것. 
 
"예전에는 아무리 연기라고 해도 여배우와 합을 가진다는게 부담 됐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게되면서 이성에 대해 편해진 것 같아요. 여자 앞에서 노는 방법을 터득했죠.(웃음). 결혼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진구는 결혼에 골인한지 2년도 채 안된 신혼. 혹여나 아내의 질투는 없었을까. 그는 "질투는 전혀 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지원을 너무 예뻐한다.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고맙더라"고 말했다. 이어 진구는 "아내는 나와 서대영을 분리시켜 놨다. '제발 서대영처럼 해달라'며 'TV에 나오는 남자는 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 "제 우물에서도 물이 나오네요."
 
좋은 작품을 만나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한 진구지만, 그는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최근 '태양의 후예'는 아시아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27개국으로 수출되며 한류 열풍에 시동을 걸었다. 진구는 더 높은 도약을 향해 천천히 준비하고 있다.
 
진구는 "우리나라의 좋은 콘텐츠가 많은 나라에 보여진다는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겸손하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얼마 전부터는 외국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높을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자신을 반기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것을 보는 것. 13년 동안 배우의 길을 걸어오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란다. 지금의 진구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한 우물만 파고 있었는데 제 우물에서도 물이 나오네요.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 뿐이예요.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이 있는데, 노는 튼튼히 준비가 됐습니다.(웃음)."
 
사진=강민지 기자
 
김두연 기자 myajk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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