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가 올스타전을 치루며 전환점을 돌았다. 코리안 메이저리거들은 전반기 다양한 활약으로 야구팬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초반과 전혀 다른 팀내 위상을 쌓아올리며 보는 즐거움을 더한 선수가 있는가 하면, 안타깝거나 불미스러운 일로 근심을 드리운 선수도 있었다.
일곱 메이저리거들의 전반기를 되돌아보고, 후반기 팬들이 갖는 기대를 짚어봤다.
▲ 믿고 보는 맏형 추신수
2014년, 7년 1억 7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텍사스 레인저스에 입단한 추신수. 첫 해 결과는 '역대급 먹튀의 시작 아니냐'는 한 마디로 결론지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 전반기는 그 결론의 증명과정 같았다.
한때 0할대 타율을 찍을 정도로 처참하게 곤두박질 쳤지만, 후반기의 추신수는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이런 반전이 있었나 싶었을 정도로 완벽한 시즌을 만들었다.
이는 올시즌 전반기에도 유효했다. 비록 두 번이나 부상자 명단에 다녀오며 한 달 이상을 부상 재활에 소비했지만, 그래도 타율 0.274(117타수 32안타), 7홈런 17 타점으로 활약했다. 특히 통산 600볼넷을 채웠고, 20번째 1회 선두타자 홈런을 때려내며 현역 리드오프 홈런 1위에 올라섰다.
훌륭한 전반기를 마친 '추추 트레인'은 모든 운동선수의 공통 우려인 부상만 아니라면 후반기에도 질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부진이 염려된다면 '추신수 존'처럼 외부에서 올 가능성이 커보인다.
지난해 추신수는 좌타자의 바깥쪽 스트라이크에 후한 주심의 판정에 많은 피해를 봤다. 비단 추신수 뿐 아니라 선구안이 훌륭한 좌타자들이 많이 겪었던 불이익이었다. 이 같은 외부 원인만 아니라면 2013년 신시내티 레즈 시절의 4할대 출루율과 20홈런의 추신수의 모습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가성비 甲', 이대호
이대호는 한국 프로야구 MVP, 일본 프로야구 MVP로 양 리그를 점령하며 우뚝섰다. 하지만 그는 보장된 성공을 뒤로 하고 꿈을 쫓아 미국행을 택했다.
'성공은 힘들지 않을까'하는 시선과 베테랑 1루수와의 플래툰 시스템으로 출전 기회조차 불확실한 상태로 시작했지만, 지금의 이대호는 신인왕으로 거론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소속팀 시애틀 매리너스는 전반기 89경기를 치렀다. 그 중 이대호는 64게임 188타석만 소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율 0.288 출루율 0.330 장타율 0.514 12홈런 37타점으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이대호는 원래 플래툰으로 좌투수일때만 기용됐으나 시즌이 누적될수록 우투수에도 강한 모습을 보이며 기존 1루수 애덤 린드를 지명타자로 밀어냈다. MLB.com은 전반기 결산에서 이대호를 팀내 신인왕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많은 야구팬은 이대호의 체격을 보고 홈런과 삼진이 비례하는 전형적인 홈런타자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는 선구안과 놀라운 컨택률을 바탕으로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질일이 염려도 적은편이다.
아메리칸 리그 신인왕 레이스는 텍사스의 타자 노마 마자라, 디트로이트의 투수 마이클 풀머 등이 꼽힌다. 이대호가 후반기 출장시간을 늘려가며 성적을 유지한다면 신인왕 레이스에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옥에서 천당으로, 김현수
1할대 타율, 몇 개 안되는 안타 조차 대부분 땅볼. 이는 김현수의 시범경기 결과다. 소속팀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타선 강화를 위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선수 중 하나였던 김현수를 영입했으나, 시범경기 결과 실패라고 여겼던 모양이다.
때문에 팀은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계약시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획득한 김현수는 이 권리를 발동시켰다. 그리고 볼티모어는 어쩔 수 없이 1군 라인업에 김현수를 등록시켰다.
하지만 김현수의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며칠에 한 번 꼴로 하위타선에서 모습을 드러낸 김현수는 오직 실력만으로 차근히 올라왔고, 전반기가 끝난 지금은 MLB.com이 선정한 팀내 신인왕이 됐다.
지난해 볼티모어는 중심타선의 장타력에 비해 테이블세터의 출루율이 부족해 효율적이지 못한 야구를 했다. 지금의 김현수는 지난해 3할대 초반이었던 팀의 1,2번 자리에서 0.414의 출루율을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4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까지 기대케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김현수는 뛰어난 선구안과 높은 컨택률을 기반한 타자다. 이런 타자는 쉽게 슬럼프에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에 김현수의 후반기 역시 전반기 같은 질주가 예상된다.
▲ 이제는 미국의 '파이널 보스', 오승환
일본 프로야구의 한신 타이거즈는 현재 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투타 모두 문제지만 일본 리그 특유의 투고타저를 감안하면 마운드에서의 부진이 더 큰 손해로 보인다. 특히 준수한 선발진에 비해 계속 난조를 보이는불펜이 큰 문제다. 이는 2014~2015 2년 동안 80세이브를 책임진 오승환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한신이 더 뼈아픈 이유는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진출한 오승환이 일본에 있을 때보다 더 무서운 질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반기 45경기에 나선 오승환은 2승 무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1.59를 기록중이다. 특히 무실점 경기를 38번 만들어내며 메이저리그 전체 투수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무리 투수는 지난 2년간 93 세이브를 올리며 '철벽 모드'를 발동시켰던 트레버 로젠탈이었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큰 부진을 겪으며 중간 투수로 보직을 옮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 오승환이 들어섰다.
다만 오승환은 마무리로 옮긴 후 승계주자에 홈을 허용하는 모습이 몇 차례 있었다. 비록 자책점은 아니었지만 중간 투수로 나왔을때만큼의 위력을 보이지 못했다.
득점권 승계주자를 막는 것은 애초에 어렵다. 게다가 꿈의 무대 첫 마무리라는 부담도 있을 수 있다. 물론 '돌부처'란 별명을 가진 오승환은 해당사항이 없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많은 한국팬들의 바람대로 전반기의 '포스'를 이어가 한·미·일 3국의 '파이널 보스'로 등극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