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 2024-02-07 10:15:54
“머리를 짧게 깎은 이유는 저에게 동기부여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외모보다는 저는 프로 선수이기 때문에 야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초심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단정하게 깎고 왔습니다. 스프링캠프에서 기술도 보완하고 멘탈도 강화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지난해 프로 1군에 데뷔한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김민석은 고졸 루키였다. 2023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야수 중에서는 가장 먼저 지명됐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롯데가 투수나 포수가 아닌 야수를, 김민석을 선택한 것은 가능성보다 즉시 전력감을 구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해석됐다.
김민석은 고교에선 내야수로, 타격에서만큼은 초고교급 선수로 인정을 받았다. 내야 수비가 아쉽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롯데에 부족한 좌타자이기도 했고 큰 키에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점 등 신체조건이 우수했다. 김민석은 롯데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 시즌 예상대로 파워가 좀 부족했지만 고졸 1년 차치곤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외야수로 나선 그의 시즌 최종 성적은 129경기 출전 102안타, 3홈런, 타율 0.255였다.
7일(현지시간) 롯데 자이언츠 스프링캠프 훈련지인 미국령 괌의 데데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김민석은 작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짧게 깎은 머리와 단단해진 체격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김민석은 “몸에 체지방이 너무 없어서 근육과 함께 몸무게를 늘렸다. 4kg 정도 늘었다”면서 “스피드를 잃어가면서까지 그렇게 (많이) 체중을 늘릴 생각은 없다. 그래도 작년과 비교하면 힘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민석은 시즌이 끝나자마자 지난해 10월부터 경남 김해시 롯데 상동야구장에서 가진 팀의 마무리 캠프에 참가해 훈련을 계속했다. 스스로 부족한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 결과 바로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체격이 더 탄탄해진 것이다.
특히 스프링캠프에서의 훈련에 대해 매우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김민석은 “김태형 감독님이 제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확실하게 지적을 해주신다. 배트가 조금 돌아나오는 경향이 있으니 바로 나오도록 해야 파울이나 휘는 타구가 많이 안 나올 것 같다 말씀을 주셨는데 정확한 지적이셨다”면서 “지금 그 느낌 그대로 연습하고 있다. 올해 스프링캠프는 와서 뭘 해야 할지 생각을 정립하고 와서 작년보다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루키로서 지난 한 해 어려운 점이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혼자 떨어져 지내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윤동희 선배가 있어 서로 의지가 되고 같이 재미있게 보낸 것 같다. 고마운 점이 너무 많다”면서 “선배가 03년생 같지 않은 강한 멘탈을 갖고 있어서 더 배우고 싶다. 방에서 장난도 많이 치고 하면서 경기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힘이 됐다”고 전했다.
김민석와 윤동희는 ‘단짝’으로 유명하다. 2004년생 김민석은 경기도 부천시 출신으로, 서울 휘문고를 나와 부산에 왔고 윤동희는 2003년생으로 경기도 고양시가 고향이다. 성남시 분당의 야탑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합류해 둘 다 가족들과는 떨어져 살고 있다. 롯데가 1군의 신인급 선수에게 제공하는 사직야구장 근처 숙소에서 재일교포 출신 안권수와 셋이서 함께 지냈다. 한 살 차이에다 밝은 성격, 포지션도 외야로 겹치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고 한다. 올해는 새 루키들에게 방을 양보해야 해 각자 새 숙소를 마련했다.
올해 외야 주전 경쟁에 대한 질문에 그는 “저는 경쟁을 해야 하는데 승부욕이 강한 편이라서 진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하고 경쟁에서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면 누가 오더라도 밀리지 않게 실력을 갖출 것”이라면서 “지금부터 멘탈적인 부분, 체력적인 부분,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다 준비를 잘 하겠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민석은 “저도 이제 아마추어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로 보여드려야 한다. 작년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면서 “타격이나 수비를 특정하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야구를 더 이해하고 좀 여유도 가질 수 있는 그런 선수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괌(미국)=황상욱 기자 eye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