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용 예금 15조 넘는다” 롯데, 유동성 우려 진화

그룹 자산 세부 자료 이례적 공개
롯데케미칼 회사채 선제적 대응
적극 해명에도 채권 불안감 지속
연말 기업어음 차환 분수령 될 듯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2024-11-21 18:17:33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가 나온 롯데그룹이 이례적으로 자산 내역 등을 공개하며 유동성 우려 진화에 나섰다. 서울 롯데 본사에 걸린 롯데 사기. 연합뉴스 최근 유동성 위기 루머가 나온 롯데그룹이 이례적으로 자산 내역 등을 공개하며 유동성 우려 진화에 나섰다. 서울 롯데 본사에 걸린 롯데 사기. 연합뉴스

롯데는 21일 그룹이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을 15조 4000억 원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유 부동산 가치는 지난달 평가 기준 56조 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롯데가 이례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재무 현황을 공개한 것은 최근 유동성 위기에 처해있다는 ‘풍문’이 번진 데 이어 이날 롯데케미칼에서 사채관리 계약에 실적 관련 재무특약 미준수 사유가 발생한 탓이다. 그룹 내 충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선제적으로 대외에 밝혀 조기에 유동성 우려 확산을 진화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롯데는 이날 오전 설명 자료를 내어 “10월 기준 총 자산은 139조 원, 보유 주식 가치는 37.5조 원이며 전체 부동산 가치는 56조 원,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은 15조 4000억 원을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롯데케미칼 회사채와 관련한 현안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침체로 인한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저하로 발생한 상황이라며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은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이날 설명했는데, 이 내용이 유동성 위기 풍문과 연결되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회사채 재무 약정에 ‘연결 기준 3개년 누적 평균치로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하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특약이 있는데, 3분기 말 기준으로 4.3배로 떨어지면서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은 것이다.

롯데 측은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활용 가능한 보유예금 2조 원을 포함,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 원 상당을 확보해 회사채 원리금 상환에 문제가 없고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사채권자들과 순차적으로 특약 사항 조정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련 조항은 최근 발행한 회사채에는 삭제된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롯데케미칼은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차입한 2254억 원과 관련 재무 약정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웨이버(적용 유예)를 받아 위기를 넘긴 바 있다. 롯데그룹은 “앞으로도 계열사들과 원활한 협의를 통해 안정적 경영을 유지하고, 필요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해 재무 안정성 관리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라며 거듭 강조했다. 롯데 측의 설명 이후 이날 그룹 관련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다만 이날 채권유통시장에서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민평금리보다 60bp(1bp=0.01%포인트) 이상 높은 수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등 일부 불안감이 가시지 않는 기류도 감지됐다.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관련 포지션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의 이번 문제를 조정하더라도 롯데 관련 불안감이 지속하면 연말 기업어음(CP)의 원활한 차환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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