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도시 수준 법인·소득세 감면해 해양금융 활성화" [2024 부산국제금융포럼]

해양금융

해양중심지 부산 인지도 떨어져
인프라 비해 금융산업 성장 저조
10대 해운 기업 중 9곳 서울 본사
수도권 금융사 통해 집중 거래돼
부산은행 해양금융 전문 특화 방안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2024-06-25 18:24:12

2024 부산국제금융포럼이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세션2 해양금융중심지 부산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4 부산국제금융포럼이 25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이 ‘세션2 해양금융중심지 부산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해양금융중심지 부산의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세션은 부산국제금융진흥원 박미애 실장이 발제를 맡았다. 박 실장은 부산이 해양기술 부문 1위, 환적처리물량 기준 세계 2위, 컨테이너 항만 세계 7위 도시라는 점을 설명했다. 해양산업이 발전하기에 부산은 지리적 이점이 있고, 관련 기술력도 좋다는 것이다.

이어 박 실장은 “그럼에도 왜 국제적 해양금융 도시로서의 인지도나 경쟁력이 뒤떨어져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했다. 부산은 해양산업 인프라에 비해 관련 금융이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고, 그만큼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고부가가치가 빠진 부산의 해양산업

박 실장은 해양산업의 현재 상황에 대해 “여전히 중요한 산업이면서 동시에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교역 물량 90%, 국내 수출입 물량의 99%가 해상으로 옮겨진다. 부산만 하더라도 해양산업 산업체 수가 2만 9787개에, 종사자만 15만 4000여 명에 달한다. 그만큼 산업 규모 면에서 중요도가 높은 분야이다.

특히 친환경 운송을 위한 ‘넷제로(탄소중립)’ 전환이 추진되면서 조선 산업은 변화를 강요받고 있다. 다행히 부산은 친환경 선박 제조 등에서 세계 1위 수준의 도시로 평가 받는 등 기술력이 뛰어난 곳이다. 넷제로에 따른 조선 전후방 산업 생산유발 효과는 최대 158조 원으로 추산된다.

그럼에도 ‘2024 세계 50대 리딩해양도시 평가’에서 부산은 세계 10위에 머물렀다. 저조한 성적은 아니지만 싱가포르, 로테르담, 상하이, 도쿄 등에 비해 처진다. 산업 규모만 놓고 보면 이들 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더 우월하지만,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금융이 빠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해양산업 매출은 48조 원에 달하는데 40조 원 이상이 수도권 내 금융사를 통해 이뤄진다.

박 실장은 “10대 해운 기업 중 9곳이 본사가 서울에 있고 매출액 전체 89%를 가져가고 있다”며 “산업의 과실이 상당 부분 역외로 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해양진흥공사 윤상호 사업운영본부장은 “단순히 두바이나 싱가포르를 따라 잡으려고 해서는 진척이 어려울 것 같다”며 “해양금융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디지털금융, 기회발전특구 지정 등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고 진단했다.

■해양금융 클러스터 조성하려면

박 실장은 부산의 해양금융을 ‘역내 금융 중심지’로 분류했다. 뉴욕과 런던은 국제금융·외환거래 등이 모든 활발한 종합금융 중심지이며, 낮은 법인세 등으로 국제 거래가 중심이 된 두바이나 파나마 등은 역외 금융 중심지다. 반면 부산은 내수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태다. 이에 박실장은 싱가포르, 두바이, 홍콩 등에 버금가는 수준의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통한 해양금융 활성화를 추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실장은 “해외 금융기관과 자본을 유치해 글로벌 금융중심지로 나가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양금융 클러스터 생태계를 조성할 필요성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민간 은행이 주도하는 선박펀드를 활성화하고 관련 클러스터를 만들어 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 확충, 전문인력 양성, 비즈니스 환경 개선 등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는 게 박 실장의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온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이호춘 해운연구본부장은 “선박금융 펀드상품이 활성화되려면 민간 은행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린비즈솔루션 이승철 부사장은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부산은행이 해양금융 전문 은행으로 특화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실장은 2050년까지 2조 4000억 달러가 친환경 선박에 투입되고, 상당 부분의 자금이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로 이뤄질 수 있다는 보고서 내용을 소개했다. 박 실장은 “장기간 해양 관련 금융 시장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뜻”이라며 “부산이 해양금융에 준비를 충실히 할수록 얻을 수 있는 과실이 커질 것이다”고 정리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