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방송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 공유'를 주제로 열린 제4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출생아 수와 혼인 건수에서 출산율 반등의 희망이 보이고 있다"며 민관 협력으로 출생률 반전을 이루자고 강조하면서 동석한 박민 KBS 사장에게 "방송의 역할이 제일 중요하다"며 "KBS에서 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나 홀로 사는 게 마치 편하고 복 받은 것처럼 하는데, (반대로) 사랑이 넘치는 가정이 살기 좋은 사회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영화·드라마나 모든 미디어 매체에서 다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이 MBC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연예인들의 생활 등을 다루며 11년째 방송되고 있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이다.
'나 혼자 산다'는 그간 여러 차례 정치권의 타겟이 됐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던 2022년 1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흉보는 건 아니지만 혼자 산다는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다"면서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한 걸로 너무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엔 국회 인구위기특별위원회 소속인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이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온통 나혼자 산다거나 불륜, 가정파괴 드라마가 너무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며 "혼인율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출산을 기피하는 사회 풍조가 만연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정치권의 발언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결혼이 줄고 고령화로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영향 등으로 이미 1인 가구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고 '나 혼자 산다'는 이런 시대를 반영한 인기 예능일 뿐이라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이 담는 메시지가 결혼 또는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정치인들이 저출생의 원인을 단편적으로 특정 방송 프로그램에서 찾아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통계청은 앞으로 13년 뒤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돌파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계청은 지난 12일 발표한 '장래가구추계: 2022∼2052년'에서 1인가구는 2022년 738만9000가구에서 30년 뒤 2052년 962만가구까지 200만 이상 불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2년 34.1% 수준이었지만 2032년 39.2%로 5%포인트(p) 이상 늘어난다.
그러다 2037년 40.1%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이 시점 2인가구 비중(33.0%)을 합치면 네 집 가운데 세 집꼴로 혼자 살거나 둘이 사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