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2024-10-06 16:03:13
영화의 바다를 찾은 영화인들은 어느 때보다 바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낮에는 관객과 함께 영화의 바다를 항해한 뒤 저녁엔 공식, 비공식 자리에서 시간을 보내며 부산의 가을밤을 진하게 물들였다. 인기 감독과 제작자, 배우들이 해운대 곳곳에 모습을 드러내자 영화팬과 부산 시민들은 가던 걸음을 멈추고 함께 사진을 찍거나 설레는 표정으로 지켜보기도 했다.
6일 영화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멈췄던 BIFF 저녁 행사들이 올해 행사에서 온전히 부활한 모습을 보였다. ‘BIFF 리셉션’ ‘CJ의 밤’ ‘SLL·플러스엠의 밤’ 등 공식·비공식으로 진행된 각종 모임과 파티는 영화제 기간 특유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갖게 했다. 일정을 마치고 이곳을 찾은 영화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하루의 피로를 풀면서 한국 영화계 침체를 함께 이겨낼 방안을 고민하고 다시 한번 나아갈 의지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제 저녁 행사인 이른바 ‘OO의 밤’은 BIFF를 찾은 영화 배급사, 제작사, 영화 관련사 혹은 영화인들이 함께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기능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해운대 포장마차촌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해운대 해수욕장 부근과 광안리 등에서 더 폭넓게 진행되며 영화의 밤 풍취를 더욱 끌어올렸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오랜만에 BIFF다운 밤인 것 같다”며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행사들이 이제 다시 자리를 잡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했다. 다른 영화 감독도 “영화제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여러 나라의 영화인이 함께 모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면서 “영화인들과 오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고, 팬데믹 이후 힘든 시기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 있어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영화인들은 이 자리에서 달라진 영화 시장과 콘텐츠 흐름을 논의하면서 오랜시간 침체해 있는 한국 영화계의 재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영화인들은 또 배리어프리 상영, 커뮤니티 비프, 관객과의 대화(GV) 등 여러 BIFF 행사에서 나온 관객의 목소리를 공유해 보다 폭넓은 관객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고민을 함께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감독은 “GV 등에서 나온 여러 관객의 말들을 공유하면서 달라진 관람 형태 등 앞으로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지 이야기를 했다”며 “배리어프리 영화를 앞으로 더 확장시킬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함께 나눴다”고 전했다.
영화인이 모여 활기찬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말도 나온다. 해운대의 한 꼬치집 사장은 “일단 영화제 기간에는 손님이 많다. 20년 동안 영화제 기간 우리 가게를 찾는 관객들도 있다”며 “밤새 영화 이야기를 하는 걸 살짝살짝 들으면 가게 안에서도 영화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너무 좋다”고 했다. 또다른 횟집 사장은 “영화인뿐 아니라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이 늦은 시간까지 북적북적해 매출에도 도움이 크다”며 “영화제 이후에도 스타가 다녀간 집이라는 소문이 나면 해외에서도 팬들이 많이 찾아와 음식을 먹고 기념 사진을 찍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