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단공무원, 국·과장 식사대접 ‘모시는 날’ 관행 여전…“소통방식 고민해야”

국회 위성곤의원 지자체 대상 설문조사
식사비용 팀비에서 지출 56% 가장 많아
“시대 안맞는 불합리한 관행” 응답 다수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2024-10-06 12: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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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단 공무원들이 사비를 걷어 국장·과장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소위 ‘모시는 날’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성곤 의원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직사회 ‘모시는 날’ 관행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모시는 날’은 팀별로 순번이나 요일을 정해 소속 부서의 과장·국장 등 상관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관행이다.

설문에 응한 지방공무원 1만 2526명 중 75.7%인 9479명이 ‘모시는 날’을 알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5514명은 최근 1년 이내에 모시는 날을 직접 경험했거나 지금도 경험하고 있다고 답했다.

‘모시는 날’은 주로 점심시간(커피 제외 57.6%, 커피 포함 53.6%, 중복응답)에 이뤄졌다. 저녁식사(7.2%)와 술자리(10.4%)를 진행한다는 답변도 있었다.

대상은 대부분 소속 부서의 국장과 과장이었다. 둘 다에게 식사를 대접한다는 응답 비중이 44.9%로 절반가량 차지했다. 이어서 과장 35.5%, 국장 17.0% 순으로 높았다.

식사비용은 팀별로 사비를 걷어 운영하는 팀비에서 지출한다는 응답(중복응답)이 55.6%로 가장 많았다. 사비로 지출하되 당일 비용을 갹출하거나 미리 돈을 걷어놓는다는 응답은 21.5%였다. 국·과장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었으나 주로 업무추진비(31.1%)를 이용했다.

조사에 참여한 공무원 10명 중 7명은 모시는 날을 ‘부정적’(69.2%)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매우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44.7%로 많았다.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전혀 필요하지 않다’(43.1%)거나 ‘별로 필요하지 않다’(25.8%)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불필요하다 판단한 사유로는 ‘시대에 안 맞는 불합리한 관행’이라는 응답이 84%(중복응답)로 가장 많았고 ‘부서장과의 식사자리가 불편함’(57.7%), ‘금전적 부담’(43.4%), ‘업무에 도움이 되지 않음’(39.8%), ‘준비 과정이 수고스러움’(38.5%) 순이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자유롭게 기술해달라’는 질문에 “9급 3호봉인데 매달 10만원씩 내는 게 부담스럽다”, “월급 500만원 받는 분들이 200만원 받는 청년들 돈으로 점심 먹는 게 이상하다”, “차라리 본인몫의 식사비만이라도 지불했으면” 등의 의견이 나왔다.

“제발 없애달라”는 호소가 담긴 의견도 있었고 소속 기관의 실명을 거론하거나 구체적인 혐의 감사를 요구하는 응답도 다수 있었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경찰청, 보건소에서도 비일비재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나 비용 전가 및 과도한 의전에 대한 문제와는 별개로 소통 자체는 꼭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 제기됐다. 위성곤 의원은 “리더들이 관행의 틀에 안주하지 않고 생산적으로 소통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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