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2024-10-06 17:16:57
지난 2일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흥겨운 분위기 속에 반환점을 돌았다. BIFF 기간 중 주요 행사가 몰려 있는 주말엔 영화의전당과 남포동 BIFF 광장을 중심으로 국내외에 부산을 찾은 관객은 물론 유명 스타와 배우, 제작자들로 북적였다. 대다수의 상영작은 일찌감치 매진 행렬을 이루는 등 큰 관심을 받고 있지만, 영화인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주요 행사들은 초반에만 몰려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웃음꽃’ 가득 스타 총출동 행사
BIFF 2~4일 차인 지난 3~6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는 유명 감독과 배우, 제작자가 무대에 올라 작품 이야기를 나눴다. 중구 남포동 비프광장에도 야외무대가 열려 천만 감독과 인기 배우들이 잇따라 등장해 관객과 호흡했다. 관객들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일찌감치 무대 앞쪽에 마련된 객석을 가득 메웠다.
‘오픈토크’에선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부터 신작 소개, 촬영 뒷이야기 등 풍성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졌다. 개막작 ‘전,란’을 포함해 ‘리볼버’,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더 킬러스’, ‘여행자의 필요’, '강남 비-사이드', '좋거나 나쁜 동재', ‘지옥2’, ‘침범’ 등의 작품에 출연한 배우와 감독들이 무대에 올라 관객과 반갑게 인사했다. 관객들도 좋아하는 배우가 무대에 오를 때마다 뜨거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강남 비-사이드’와 ‘침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등 공개를 앞둔 작품의 주역들이 무대에 올랐을 땐 관객들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대화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열린 ‘강남 비-사이드’ 오픈 토크에서는 작품을 연출한 박누리 감독과 배우 조우진, 지창욱, 하윤경을 만날 수 있었다. 지창욱은 이 작품을 ‘눈덩이’에 비유하면서 “진실들이 밝혀지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어디론가 흘러가며 눈덩이가 커지는 듯한 느낌”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여배우들의 연기 합을 볼 수 있는 ‘침범’ 주연 곽선영, 이설, 권유리, 기소유도 부산의 가을을 꾸몄다. 이설은 “한겨울에 촬영했고 쾌활하고 유쾌한 내용은 아니어서 현장 분위기가 어두워지면 어쩌지 고민했는데 권유리의 에너지가 너무 좋았다”며 “그 덕에 즐겁게 촬영했다”고 했다.
배우 정우의 특별한 부산 사랑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팀으로 무대에 오른 정우는 “부산은 나의 고향이자 엄마의 품 같은 곳”이라며 “부산 영화제는 언제나 나를 설레게 하는 자리라 영광이고 기분도 좋다”도 전해 박수를 받았다.
■궂은 날씨도 막지 못한 소통의 현장
해외 거장 감독들의 깊은 작품 세계는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했다. 감독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와 대표작, 신작 이야기를 나눴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미겔 고메스 감독은 5일 오후 ‘마스터 클래스’에 참석해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으로 홍상수 감독을 언급해 관심을 받기도 했다. 미겔 감독은 “영화 현장에 나와 시나리오를 쓰면서 일주일간 촬영을 이어가는 홍상수 감독만의 작법과 자유로움이 내가 추구하는 제작 방식과 가장 닮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작품 세계를 듣기 위해 이른 오전부터 행사장을 찾은 관객도 많았다. 6일 오전 마스터클래스로 관객 앞에 선 감독은 “내 안이 아니라 바깥에서 발견한 영감으로 영화를 만든다”며 “영화 제작 과정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이 함께 보이지 않았던 것을 발견하고 영화라는 형태를 만들어가는 걸 ‘장르영화를 만들고 있다’고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그의 부산 사랑도 특별했다. 감독은 “부산에 오면 아직도 많은 분이 영화를 보고 있고, 앞으로의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고 강조했다.
충무로 대표 배우들도 극장에서 관객과 마주 앉아 속내를 털어놨다. 자신의 작품 등을 되돌아보는 ‘액터스하우스’에는 지난 3일 설경구를 시작으로 4일 박보영-황정민, 6일 천우희 등이 참석했다. 지난 4일 밤 관객 앞에 선 황정민은 “무대에서 연기할 때 내가 배우구나,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살아 있음을 느끼려고 계속 작품을 하는 것 같다”고 했고, 같은 날 먼저 무대에 오른 박보영은 스스로의 강점으로 ‘밝은 에너지’를 꼽으며 그는 “서서히 다른 색깔들도 보여주면서 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말해 호응을 얻었다.
■“주요 행사 거의 끝나” 아쉬움도
BIFF가 반환점을 돌 때까지 축제 열기는 계속해서 뜨거웠다. 많은 영화가 매진 행렬을 이어갔고, 다른 지역에서 온 관객도 많았다. 서울에서 온 김지현(36) 씨는 “올해는 예매하기가 어느 때보다 힘들 정도로 대부분 영화가 인기 있었다”며 “부산에 온 김에 다른 축제들도 한번 둘러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호주에서 온 에이바(25) 씨는 “칸영화제 수상작인 영화 '그랜드 투어'를 봤다”며 “BIFF와 부산에 처음 와봤는데 날씨도 좋고 멋진 도시에서 열리는 행사인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쉬움을 느끼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관객 사이에선 영화인과 관객이 함께하는 주요 행사가 초반에 집중됐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오는 9일에도 휴일이 예정돼 있지만, 영화의전당 ‘오픈 토크’와 ‘야외무대인사’ 등이 지난 6일에 모두 끝났기 때문이다. 행사 초반에 주요 행사가 몰려있는 것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는 올해뿐 아니라 관객 사이에서 몇 년째 계속 나오고 있는 부분이다.
대전에서 BIFF를 찾은 서민정(38) 씨는 “일이 있어 첫 주에 오지 못했더니 관심 가는 행사가 거의 끝났더라”며 “7일부터는 작품 상영과 작은 대담 위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