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2로 끝난 재보선…정국도 ‘현상 유지’?

여야, 기초단체장 '2대2' 성적표…서울교육감은 진보 승리
여야 대표 ‘리더십 타격’ 피해…금정 압승 이끈 한이 수혜자 평가
다만 친윤계, 한 승리 주도 평가에 불쾌감…김 여사 문제 등 현안 두고 격돌 가능성
이재명도 영광 방어 선방 자평 불구 PK서 재확인한 한계에 고민 깊을 듯
다만 민주당 “정권 심판 여론 확인” 김 여사 특검법 재발의 등 공세 수위 높여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4-10-17 15:34:14

10·16 재보궐 선거 당선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교육감 정근식, 박용철(국민의힘) 인천 강화군수, 전남 장세일(더불어민주당) 영광군수, 전남 조상래(더불어민주당) 곡성군수. 연합뉴스 10·16 재보궐 선거 당선자.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서울시 교육감 정근식, 박용철(국민의힘) 인천 강화군수, 전남 장세일(더불어민주당) 영광군수, 전남 조상래(더불어민주당) 곡성군수. 연합뉴스

여야가 ‘텃밭’ 기초단체장 2곳씩 나눠 가지며 10·16 재보선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선거 승패에 따라 변곡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던 의정 갈등, 여권 내 당정 충돌, 야당 내 리더십 문제 등 현안들의 논의 양상도 기존 궤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정국을 이끄는 키 플레이어인 여야 당 대표들의 표정은 미묘하게 갈린다.

일단 이번 재보선 성패의 기준점으로 여겨졌던 금정구청장 수성에 성공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대표는 이번에 부산을 여섯 차례나 찾는 등 총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지원전을 펼쳤다. 당초 야당의 ‘정권 심판’ 프레임과 차별화하기 위해 ‘지역 선거’로 치르겠다는 여당의 전략은 의정 갈등 장기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의 여파로 당정 지지율이 급락하고, ‘안전 지대’인 금정 표심마저 흔들리자 총력전으로 급히 수정됐다. 그 결과,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는 6개월 전 총선에서 현 백종헌 의원의 56.62%보다 더 높은 61.03%의 득표율로 완승을 거뒀다. 대통령실·정부발 악재로 인한 위기 국면을 한 대표가 주도해 넘었다는 점, 또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과 올해 총선까지 연패 행진을 멈춰 세웠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정치적 ‘그립’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당장 한 대표는 재보선 직후부터 김 여사의 대외 활동 중지 등을 언급하며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친윤(친윤석열)계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정부·여당에 대한 신뢰나 믿음이 한 번 더 나온 결과”라며 “보수의 강세 지역, 텃밭을 이겨놓고 ‘누구 때문에 이겼다’라고 말하는 건 국민이 보시기에 매우 오만해 보일 것”이라며 한 대표와 친한계를 겨냥했다. 이에 따라 양측이 엇박자를 보여왔던 김 여사, 의정 갈등 해법 등에 대한 이견은 오히려 더 첨예하게 부딪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 행사에서 환영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배추밭을 찾아 농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강원 평창군 방림면 배추밭을 찾아 농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역시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의 당선과 함께 기존 당 소속 단체장이 있던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에 승리하면서 ‘선방’했다는 분위기다. 이 대표 측 역시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영광군수 선거에서 이기면서 텃밭인 호남에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는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에 대해 “윤석열 정권의 국정 파탄, 민생 파탄에 더욱 강하게 맞서 싸워달라는 요구”라며 “정권에 분노한 민심이 민주당 지지로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압승에는 도달하지 못했으나 한때 여론조사에서 보수 텃밭인 금정마저 흔들렸다는 점에서 ‘정권 심판’ 여론은 충분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일단 민주당은 이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를 불기소 처분한 검찰을 맹비난하는 동시에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재발의하며 공세의 고삐를 한껏 더 강하게 쥐는 모습이다.

다만 이 대표로서는 대승을 거뒀던 총선 후 치러지는 첫 선거에서 받아 든 무승부라는 성적표라는 점에서 활짝 웃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더해 여권 내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기대했던 금정에서 득표율은 오히려 총선 당시보다 떨어졌다. 총선 당시 전국적인 압승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는 오히려 두 석을 잃으면서 한 석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이번에도 유독 이 대표의 지지기반이 약한 PK(부산·울산·경남)의 벽을 절감한 셈이다. 지역 야권 인사는 “이 대표로서는 당면한 ‘사법 리스크’ 극복과 함께 PK의 강력한 ‘비토층’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총선에서 비례정당 바람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제1야당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조 대표는 지난 추석 연휴부터 한 달여간 영광군과 곡성군을 오가며 ‘월세살이 선거운동’으로 당 소속 후보 지원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승리하는 이변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혁신당의 고민 또한 깊어질 전망이다. 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 “첫 술에 배부르겠나”며 “혁신당은 창당하고 7개월만에 치른 지역선거에서 당대당 혁신경쟁, 후보단일화, 선택과 집중 등 협력과 경쟁의 원칙을 적용했다. 모두 전국정당이자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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