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불법 개 번식장 가 보니… “전국에서 가장 처참한 공장”

동물보호단체 450여 마리 구조
소규모 가정 번식장 ‘택갈이’ 수법
시·구 행정 묵인 방치 의혹 물씬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2024-10-17 20:00:00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개 번식장에서 17일 강아지들이 사육장 안에 갇혀 짖고 있다.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부산 강서구 대저동 개 번식장에서 17일 강아지들이 사육장 안에 갇혀 짖고 있다.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제공

17일 오전 9시 부산 강서구 대저동. 평강 수문에 도착해 낙동강 방향으로 약 100m를 이동하자 근처 농가에서 수백 마리의 개들이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자 한 가설건축물에 닿았다. 건물 앞은 각종 쓰레기가 깔렸고, 닭 뼈와 쥐 사체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사방에 악취가 진동했고 파리 떼도 들끓었다.


건물로 다가서자 외벽과 천장 공간 사이로 녹슨 뜬장에 강아지들이 가득 갇혀 있었다. 현장을 찾은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는 “강아지 수백 마리의 울음소리가 마치 살려 달라는 울부짖음처럼 들렸다”라며 “생지옥이 있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부산 강서구에서 20여 년간 공공연하게 운영된 불법 개 번식장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지역 사회에 파문이 일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부산시와 강서구청의 묵인과 방조로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다며 즉각 전수조사와 함께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비판한다.

이날 찾은 개 번식장은 70여 평에 달하는 규모이며 불법 건축물에서 운영되고 있었다. 번식장 자체도 25년간 허가를 받지 않고 운영됐다. 이곳에선 불법 인공수정과 사체 매립, 임의 소각, 도축 등이 공공연하게 일어난 것으로 확인된다.

번식장 내부에는 10여 종 이상, 450여 마리가 나왔다. 가격이 비싼 품종도 상당수 있었다. 현장은 전국 15개 동물보호단체연대 ‘루시의 친구들’이 적발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번식장에서 낳은 품종견 강아지들은 경매장에서 불법 거래된 뒤 펫 숍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번식장을 운영한 A 씨는 지난 7월까지 해당 번식장에서 출하된 강아지를 이른바 ‘택갈이’(출하지 세탁)해 김해에서 허가받은 소규모 가정 번식장을 통해 경매장에 넘겨온 것으로 확인됐다.

뜬장 안 강아지들이 방치됐다는 학대 정황도 발견됐다. 뜬장 내부엔 뼈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에서 구조·치료 활동을 펼친 로얄동물메디컬센터W 최갑철 원장은 “번식장 내부는 정말 참혹했다. 강아지들은 피부병과 호흡 문제 등 온갖 전염병에 노출돼 건강이 심각히 우려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단체는 A 씨와 강서구청을 각각 동물 학대와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다는 계획이다. (사)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단언코 이 현장은 전국에서도 가장 처참하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측은 “앞으로 더욱 철저히 현장을 조사해 이런 혐오시설이 없어지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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