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2’ 무승부지만…한동훈-이재명 표정 사뭇 다른 이유는

악재 뚫고 금정 압승 진두지휘한 한동훈 선거 능력 재확인
정치적 ‘그립’ 강화, 김 여사 문제 등 당 쇄신 목소리 커질 듯
이재명, 호남 사수했지만 호재에도 PK서 한계 재확인
조국, ‘월세살이’ 분전에도 패배, 지선 전략 고민 깊어질 듯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2024-10-17 11:07:31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텃밭’ 기초단체장 2곳씩을 나눠 가진 10·16 재보선 결과를 두고 국민의힘 한동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표정이 미묘하게 갈린다. 양 측 모두 기존 단체장 두 곳을 수성한 만큼 ‘선방’이라고 자평하지만, 득실을 따져봤을 때 한 대표 측의 ‘득점 포인트’가 높지 않겠냐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한 대표는 이번에 부산을 여섯 차례나 찾는 등 중앙당 차원의 총력 지원을 쏟아부었다. 기초단체장 한 곳임에도 사실상 총선을 방불케 할 정도로 전력을 기울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초 야당이 이번 재보선에서 ‘정권 심판’ 프레임을 들고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시당 중심의 지역 선거로 치르겠다는 전략을 잡았다. 그러나 의정 갈등 장기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당정 지지율이 급락하고, 여당의 ‘안전 지대’로 꼽히던 금정구청장 선거 기류도 급변했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 김경지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나왔다. 만약 금정 보선이 민주당 승리로 돌아간다면 누구보다 선거 지휘 책임이 있는 한 대표의 타격이 가장 클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 대표의 전폭적인 선거 지원을 바탕으로 윤 후보는 6개월 전 총선에서 현 백종헌 의원의 56.6%보다 더 높은 60.42%의 득표율로 완승을 거뒀다. 대통령실·정부발 악재로 인한 위기 국면을 한 대표가 주도해 넘었다는 점, 또 지난해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과 올해 총선까지 연패 행진을 멈춰 세웠다는 점에서 한 대표의 정치적 ‘그립’이 강화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한 대표는 재보선 국면에서 끊임없이 ‘당정 쇄신’을 강조하며 당내는 물론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 강화 의지를 강하게 시사했으며, 이번 재보선 일성으로 17일 “국민의 걱정과 우려를 이번에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며 “김건희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처럼 대외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반드시,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한 대표의 메시지는 김 여사를 고리로 한 야당의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당내 및 당정 관계에서 헤게모니를 쥐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17일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전쟁-한국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국민미래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7일 여의도 국민일보 컨벤션홀에서 ’글로벌 경제안보 전쟁-한국의 생존전략'을 주제로 열린 2024 국민미래포럼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이 대표 역시 기존에 민주당 지역이던 전남 곡성·영광군수 선거에 승리하며 한숨을 돌렸다. 특히 조국혁신당, 진보당과 치열하게 경쟁했던 영광군수 선거에서 이기면서 텃밭인 호남에서 자신의 리더십에 대한 지지를 확인한 데 의의를 두는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 지역 비례대표 선거에서 혁신당에 1위를 뺏긴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호남 두 곳 중 혁신당에 한 곳이라도 뺐겼다면 ‘호남 맹주’ 지위에 균열이 생기면서 총선 이후 숨죽이던 당내 비명(비이재명)계가 다시 이 대표 체제에 대한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엿보였다.

다만 이 대표로서는 대승을 거뒀던 총선 후 치러지는 첫 선거에서 받아 든 무승부라는 성적표라는 점에서 활짝 웃기는 어렵게 됐다. 최근 불거진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더해 여권 내 갈등 양상이 표출되는 호재가 있었음에도 기대했던 금정에서 득표율은 오히려 총선 당시보다 떨어졌다. 총선 당시 전국적인 압승에도 불구하고 부산에서는 오히려 두 석을 잃으면서 한 석으로 쪼그라들었는데, 이번에도 유독 이 대표의 지지기반이 약한 PK(부산·울산·경남)의 벽을 절감한 셈이다. 이 대표는 이번 금정 선거에 한 대표 못지 않게 전력을 기울였다. 당내에서는 전임 구청장의 재임 중 별세로 치러진 이번 선거를 ‘혈세 낭비’라고 한 김영배 의원의 실언을 주요 패인으로 지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그러나 여러 호재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에 대한 지역 내 높은 비호감도로 인해 부산의 중도표를 흡수하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도 나온다. 지역 야권 인사는 “이 대표로서는 당면한 ‘사법 리스크’ 극복과 함께 PK의 강력한 비토층을 어떻게 줄여나갈지에 대한 고민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4월 총선에서 비례정당 바람을 일으킨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이번 재보선에서 제1야당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조 대표는 지난 추석 연휴부터 한 달여간 영광군과 곡성군을 오가며 ‘월세살이 선거운동’으로 당 소속 후보 지원에 전력을 기울였지만, 승리하는 이변을 만들어내진 못했다. 금정에서는 당 소속 후보가 민주당 후보와 단일화 경쟁에서 패했다. 물론 호남에서 예상 밖의 선전으로 존재감을 키웠다는 평가도 있지만,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혁신당의 고민 또한 깊어질 전망이다. 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재보선 결과와 관련, “첫 술에 배부르겠나”며 “혁신당은 창당하고 7개월만에 치른 지역선거에서 당대당 혁신경쟁, 후보단일화, 선택과 집중 등 협력과 경쟁의 원칙을 적용했다. 모두 전국정당이자 대중정당으로 발돋움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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