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친환경차 보급 직격탄, 부산 주유소 줄폐업

7년 새 427개서 351개로 줄어
1억 넘는 폐업 비용에 방치 늘어
도시 미관 저해 ‘애물단지’ 전락
일부는 커피숍·편의점과 결합
문화 공간 변신 등 생존책 모색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2024-10-16 20:00:00

지난 5월 휴업 신고를 하고 영업을 중단한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지난 5월 휴업 신고를 하고 영업을 중단한 부산 남구의 한 주유소.

부산에 주유소 숫자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늘어나는 추세 때문이기도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이 악화된 탓도 있다. 입지가 좋은 주유소는 건물 등으로 개발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방치된 채 도시 미관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유소들은 주유 외 매출 등 경영 다변화로 저마다 생존을 위한 활로를 모색하고 나섰다.

16일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2018년만 해도 부산에는 모두 427개의 주요소가 있었지만 올해 9월 기준 351개로 줄어들었다. 이 기간 주유소 수는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였다. 전국적으로도 주유소는 2018년 1만 1750개에서 올해 9월 1만 892개로 감소했다.

주유소 휴폐업은 목 좋은 곳에 위치한 곳도 예외는 아니다. 부산 남구 대연동 경성대 인근에 자리한 주유소도 올해 5월 부산 남구청에 1년 휴업 신고를 했다. 이 주유소는 부산의 주간선도로인 수영대로에 접해 있다. 해당 부지에는 영업을 종료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주유소 감소는 유가 급등과 알뜰 주유소 등장, 친환경 자동차 보급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2011년 알뜰 주유소가 도입되면서 주유소 간 가격 경쟁이 심해졌고 이 시점부터 수익성도 악화했다”고 말한다. 각 주유소가 실적 부진에 허덕이다 결국 문을 닫게 된다는 얘기다.


휴폐업 주유소 탓에 부지만 차지하고 방치되는 곳도 늘어나고 있다. 폐업 비용을 따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유소를 폐업하려면 위험물 저장시설을 철거해야 하고,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토양 정화도 해야 한다. 업계는 폐업에 드는 비용을 1억 원이 훨씬 넘게 드는 것으로 추산한다. 그동안 영업 부진에 시달리며 어려움을 겪다가 문을 닫게 됐는데 주유소 업주가 비용을 감당하기에 버겁다는 것이다.

부산 도심에 유동 인구가 많은 주유소의 경우 입지 때문에 다른 용도로 개발도 가능하다. 적절한 시점에 상가로 개발하거나 신축 건물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상당수 주유소는 여력이 없어 방치될 상황이다. 한국주유소협회 부산지회 노경택 사무국장은 “주유소가 이미 많은 상태에서 서로 가격 경쟁을 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영업이익률도 높지 않아 부산에서도 휴업 신고하는 주유소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폐업하는 데 비용도 많이 필요해 부산에서도 경영 악화를 이유로 휴업 상태로 두는 주유소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유소들도 생존 방안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커피숍 등 다른 판매시설을 결합한 주유소가 나오거나 세차 서비스를 강화한 주유소도 있다. 부산 남구 용호동의 한 주유소는 2016년 리모델링을 완료하면서 패스트푸드점을 들였고, 세차 기기도 새로 도입했다. 주유소 유휴 공간에 편의점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곳도 늘었다. 이런 시설로 주유 외 매출 상승을 꾀하려 하는 것이다. 주유소를 접고, 업종을 전환한 곳도 있다. 사상구 감전동의 GL갤러리는 과거 주유소였으나 2015년부터 주유소 옆 땅을 따로 매입해 카페와 갤러리를 통합 운영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신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태환 연구위원은 “주유소 휴폐업 문제 논의는 오래전 시작됐지만 친환경차 전환과 수익성 악화 등을 이유로 더 가속화할 것”이라며 “정부나 관계 당국이 주유소 휴폐업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규제 완화나 정책적인 판단 등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글·사진=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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