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로 넘어간 마이비, 시민 편의보다 수익 먼저 챙겼다

독점 지위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
사모펀드 인수 뒤 연구개발 뒷전
영업이익 7억대서 146억대 급증
수수료 재투자보다 수익에 급급
타 지역 첨단 서비스 개발과 대비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2024-10-17 18:22:53

부산 동구 부산역 앞 중앙로에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동구 부산역 앞 중앙로에 시내버스가 오가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속보=부산의 교통카드 정산 사업자인 (주)마이비가 향토기업이란 주장과 달리 사모펀드인 맥쿼리자산운용이 최대 주주인 사실이 공개돼 파장(부산일보 10월 14일 자 3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 인수 후 서비스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이 마이비에 의해 27년 운영돼 온 데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사모펀드 소유에 놓여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비판이 인다.


마이비는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이 구축된 1997년 이후 27년간 교통카드와 단말기라는 자동요금시스템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역할을 해 왔다. 마이비는 시스템 제공에 따라 교통요금의 2%가량(선불 2.1%, 후불 1.8%)을 수수료로 받는다.

하지만 부산 교통카드 시스템은 장기간 마이비에 의해 운영되며 초창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런 탓에 모빌리티 대전환과 모바일 핀테크 등 신기술 발달에 따른 기회를 잃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있다.

한 예로 부산에서는 동백전이 모바일 앱 기반으로 운영 중인데, 시민들이 교통카드로 이용하는 동백패스는 실물 교통카드를 다시 발급 받아야 한다. 지난 11일 열린 동백패스 정책토론회에서는 동백패스 이용 활성화를 위해 모바일 앱카드 등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타 지역에서는 교통카드 정산 시스템에 기반한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인천도시철도에서는 최근 개찰구를 통과만 해도 자동 결제가 이뤄지는 ‘태그리스(Tagless) 결제’가 시작됐다. 대전, 대구에서도 시범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로 주차장 자동결제, 고속버스 예매, 택시 모바일 호출 서비스가 이뤄진다. 공영자전거도 모바일 교통카드로 이용이 가능하다. 서울은 또 교통카드 카드결제기 버튼을 활용, ‘도로 위 폭탄’으로 불리는 포트홀(파인 곳)을 개인택시 운전자가 발견해 버튼을 누르면 포트홀 위치가 서울시로 자동 통보되는 시스템도 갖췄다.

마이비의 연구개발비 규모는 해마다 줄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이비의 연구개발비는 2019년 9억 6000만 원이던 것이 2020년 8억 9000만 원, 2021년 7억 4000만 원, 2022년 7억 1000만 원 그리고 2023년에는 5억 6000만 원이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019년 7억여 원이던 것이 코로나 충격이 있었던 2020년 23억여 원 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84억, 2022년 123억, 2023년 146억 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2019년은 마이비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해이며, 2023년에는 또 다른 사모펀드 운용사인 맥쿼리로 넘어갔다.

이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에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이 시민 교통편의 증대와 교통정책 향상에 재투자되기보다 사모펀드 수익으로 넘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학술 연구나 교통정책 개발 목적의 교통카드 관련 데이터는 유연하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마이비는 데이터 소유권이 버스조합 등에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이에 대해 마이비 관계자는 “25년 넘게 적자 경영을 해오다 최근 신용카드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급격히 인상돼 2년 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며 “동백패스는 부산은행이 설계한 것이므로 우리에게 요구하면 해줄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태그리스는 완벽하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며 내년에 연구개발비로 수백억 원을 넣기 위해 검토 중에 있다”고 반박했다. 데이터 제공에 대해서는 데이터 소유권이 있는 권리자 동의를 받아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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