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국감서 지적된 '아이돌 외모 품평 문건' 공식 사과…"모든 잘못 인정"

성규환 부산닷컴 기자 bastion@busan.com 2024-10-29 17:36:10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태호 하이브 최고운영책임자(왼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등 산하 공공기관 등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내 대표 가요 기획사 하이브가 미성년자 대상 외모 품평이 포함된 부적절한 모니터링 문건을 작성했다는 논란에 하이브 이재상 최고경영자(CEO)가 29일 공식 사과했다. 하이브가 CEO 명의의 사과문을 낸 것은 국감 이후 5일 만이다.


이 CEO는 이날 하이브 공식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당사의 모니터링 문서에 대해 아티스트분들, 업계 관계자분들, 그리고 팬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 CEO는 "해당 문서는 업계 동향 및 이슈에 대한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사후적으로 취합하는 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며 "시장 및 아티스트 팬의 여론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부 리더십(고위 임원)에만 한정해 공유됐으나 해당 문서의 내용이 매우 부적절했다"고 시인했다.


이 CEO는 "K팝 아티스트를 향한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표현이 그대로 담긴 점, 작성자 개인의 견해와 평가가 덧붙여진 점, 그리고 그 내용이 문서로 남게 된 점에 대해 회사를 대표해 모든 잘못을 인정하며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특히 전혀 사실이 아닌 역바이럴(음해성 여론 조작)에 대한 의혹까지 더해져 무고한 아티스트분들과 구성원들이 오해와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매우 죄송하고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서에 거론돼 피해와 상처를 입게 된 외부 아티스트분들께 정중하게 공식적으로 사과드린다"며 "각 소속사에는 별도로 연락드려 직접 사과드리고 있다. 또한 회사로 인해 비난의 화살을 받는 하이브 뮤직 그룹의 모든 아티스트분들께도 진심을 다해 공식 사과를 전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CEO는 "해당 문서를 공유받은 리더십의 문제 인식이 부족했음을 인정하고, CEO로서 해당 모니터링 문서 작성을 즉시 중단시켰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의 대표로서 통렬한 반성 그리고 자성과 성찰을 통해 과거 잘못된 부분은 철저히 개선하고, 모든 K팝 아티스트의 권익과 팬 여러분에 대한 존중을 최우선으로 하여 K팝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복귀를 요구하며 제시한 시한인 25일이 됐다.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던 하이브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연합뉴스 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하이브에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복귀를 요구하며 제시한 시한인 25일이 됐다. 원칙대로 대응하겠다는 기조를 강조했던 하이브가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모습. 연합뉴스

앞서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이 문건의 존재와 일부 내용을 공개하면서 파장이 일었다. 이 내부 문건에는 미성년자가 포함된 다른 기획사 아이돌 가수 등에 대한 누리꾼의 외모 품평과 부적절한 표현이 담겨 있었다. 민 의원은 이에 대해 "외모 평가와 질 낮은 표현들이 미성년자에 대한 것"이라며 "아이돌에 대한 비인격적인 인식과 태도가 보고서에 담겨 있다"고 질타했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김태호 COO는 "하이브의 의견이나 공식적 판단은 아니다"라며 "온라인에 들어온 많은 글을 모으고 종합한 내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하이브는 국감 진행 도중 입장문을 내고 "국감에서 공개된 당사의 모니터링 보고서는 팬덤 및 업계의 다양한 반응과 여론을 취합한 문서"라며 "보고서 중 일부 자극적인 내용들만 짜깁기해 마치 하이브가 아티스트를 비판한 자료를 만든 것처럼 보이도록 외부에 유출한 세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자 전재수 문체위원장은 "질의응답이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회사에서 입장문을 내서 이 국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국회의 권위를 이런 식으로 해서야 되겠느냐"며 "국회가 그렇게 만만해요?"라고 하이브를 강하게 질책했다. 민 의원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가 무슨 뜻이냐"고 따져 물었고,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회사 내 자유로운 토론이나 논의를 막아버리는 느낌이 있다"고 꼬집었다. 김태호 COO는 잇따른 질타에 "국감 진행 중 입장문을 낸 것은 당사의 명백한 불찰"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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