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2025-01-02 15:14:26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착수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2인 임명 등이 이어지며 여권이 ‘입장정리’ 딜레마에 빠졌다. 여당 의원은 물론 국무위원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리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윤 대통령과의 보폭 차이도 드러나는 중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당장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도, 동행도 애매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날 윤 대통령이 새해 첫날을 맞아 지지자들에게 보낸 편지 메시지에 대한 언급에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 우리 더 힘을 내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편지 내용에 대한 질문을 받고 “수석대변인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즉답을 피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신동욱 수석대변인 역시 확답은 피했다. 그는 “당의 공식적 입장을 낼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편지에 대한 해석은 받아보는 사람마다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유튜브를 통해 윤 대통령 편지와 관련 “(지지자들에게)구체적 지침이나 행동 지침을 준 것도 아니다”라며 “위로와 감사의 표현도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양쪽 측면을 균형 있게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비판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상욱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혹세무민하고 대중들 뒤에 숨어서 비겁한 행동과 말을 반복하는 것은 역사가 참 부끄러운 대통령으로 마지막까지 기록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태극기 시위대에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달라고 선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앞선 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2인 임명이 겹치면서 당내에선 이같은 ‘당의 입장’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당은 확실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표류하는 모양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대통령실 참모가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에 항의하며 전원 사의 입장을 표명한 것과 상반된다. 최 권한대행에 ‘유감’ 입장을 표했던 국민의힘은 딱히 대통령실을 옹호하지도 않고 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실 참모진이 집단 사의를 표명한 데 대해 “대통령실, 총리실, 내각 모두 국정 안정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잘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결정하고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수위를 조절했다.
국민의힘의 애매한 입장은 야당의 줄탄핵 여파로 좁혀지는 여야 지지율에 있다는 게 중론이다. 탄핵 국면 속 지지율 반등을 목전에 두고 윤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은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란 혐의 수사 결과는 물론이고, 탄핵 심판이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소환에 불응, 칩거에 들어간 윤 대통령을 마냥 감쌀 수도 없는 처지다. 여권 한 관계자는 “5선 중진인 의원은 관저 앞 집회에서 ‘경이롭다’며 여권 지지자를 격려하고, 국무위원들은 서로 싸우고, 국민의힘 지도부는 관망 중”이라며 “윤 대통령의 노골적인 버티기에 여권이 끌려가는 모습이다. 스탭이 꼬일 대로 꼬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