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무상교육·AI 교과서 제동… 학교 현장 대혼란

최 대행, 잇따라 거부권 행사
정치권 논쟁에 교육정책 표류
신학기 한 달 앞 초중고 혼선
학생·학부모·교사 피해 가중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2025-01-22 18:31:35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여당과 야당의 출구 없는 정치 논쟁 속에 대한민국 교육이 멍들고 있다. 오는 3월 전국 초중고에서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 교과서) 사업이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멈춰 섰다. 고교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연장하는 개정안 역시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 속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교육계의 대형 현안인 ‘AI 교과서’ 유보와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과 관련한 법안에 최근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오는 3월 신학기를 코앞에 둔 일선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AI디지털교과서 체험 중인 교사.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교육계의 대형 현안인 ‘AI 교과서’ 유보와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과 관련한 법안에 최근 잇따라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오는 3월 신학기를 코앞에 둔 일선 교육 현장이 대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AI디지털교과서 체험 중인 교사. 연합뉴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회의를 열어 AI 교과서의 법적 지위를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국회로 돌려보냈다. 최 대행은 “국회가 정부와 함께 더 바람직한 대안과 해결책을 다시 한번 논의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최 대행은 AI 교과서를 교육자료로 규정한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학생들은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에 기반한 맞춤형 학습을 할 수 있는 교과서 사용 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시도 교육청과 학교 재정 여건에 따라 일부 학생만 다양한 디지털 교육자료를 활용하게 돼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 대행의 거부권 행사로 AI 교과서 관련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은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26일 만에 국회로 돌아왔다.

교육부는 오는 3월부터 전국 초등학교 3·4학년 영어·수학, 중·고등학교 영어·수학·정보 영역에서 AI 교과서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교육부는 AI 교과서를 사용 의무가 있는 ‘교과서’로 규정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은 AI 교과서를 사용 의무가 없는 ‘교과자료’로 규정하고, 해당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 교육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야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다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는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여당과 야당의 정쟁 속에 AI 교과서 사업은 오는 3월 신학기가 시행되더라도 표류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치권 정쟁은 고교 무상교육을 두고도 벌어지고 있다. 최 대행은 지난 14일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 기간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에 대해 정부는 “고교 교육은 지자체의 몫”이라고 주장한다. 야당은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시도 교육청에 전가하면 시도 교육청 재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재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산시교육청 등 전국 시도 교육청은 AI 교과서와 고교 무상교육 국비 지원을 둘러싼 정부·여당과 야당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정책 결정에 혼선을 빚고 있다. 교육청의 정책 추진 혼선으로 인해 일선 초중고 교사들의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교육 영역은 정부·여당, 야당의 정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신라대 박재욱 행정학과 교수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치권의 갈등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확대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매우 크다”며 “교육 영역만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에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숙의를 거쳐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지면보기링크

포토뉴스

가장 많이 본 뉴스

  • 사회
  • 스포츠
  • 연예
  • 정치
  • 경제
  • 문화·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