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미국 따라 가상자산 제도화 속도 낸다

금융위원장 기자간담회 발언
'법인 실명계좌 허용'부터 추진
업비트 제재는 "빠르게 결론"

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2025-01-26 18:10:27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우리나라 금융당국도 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법’ 추진과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 허용’ 방안을 연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에 대해선 이용자의 혼란을 막기 위해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겠다고 전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라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정책 변화를 준비 중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이 가상자산과 관련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가상자산 정책을 운영하면서 육성과 투자자 보호에서 균형점을 고민해 왔다”며 “그런데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다른 국가들의 정책 변화도 있을 수 있기에 국제적인 동향을 참고해 가상자산 제도화 보폭을 빠르게 추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가상자산 2단계 법안과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도 세부 방안을 곧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법인의 실명계좌는 현행법상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제한하도록 지도해 왔다.

다만 금융위는 지난 8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금융위 산하 가상자산위원회(이하 위원회)에서 논의 등을 거쳐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법인의 실명계좌가 허용된다면 가상자산 투자부터 가상자산으로 판매 대금 결제, 신규사업 개시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전개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위원회에선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 여부가 끝내 안건에 오르지 못하고 결론을 짓지 못했다.

김 위원장은 “법인계좌와 관련해 가상자산위원 안건에서 내용이 제외돼 추진을 안 하는 것 아니냔 얘기가 있지만 그렇지 않다”며 “법인계좌에 대해선 가급적 빠른 시일 내 입장을 전하겠다”고 못 박았다.

또한 “스테이블코인이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1단계 입법에서 반영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며 “이 부분도 기존에 생각했던 속도보다 조금 더 속도를 내 안을 만들고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고객확인제도(KYC) 위반으로 제재 절차를 진행 중인 업비트는 제재 수위를 빠르게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업비트는 KYC 위반 등 자금세탁방지 의무 불이행으로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제재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고 있다. KYC는 금융회사가 거래하는 고객의 신원을 확인하고 고객의 자금이 합법적인 경로로 취득됐는지 확인하는 절차다.

FIU는 지난해 업비트에 사업자 갱신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KYC 위반 의심 사례를 대규모로 발견했다. 최근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사전 통지하고, 지난 21일 첫 제재심이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제재 절차로 업비트 이용자가 영향을 받거나 불안할 수 있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올해 하반기 중 스테이블코인 규율 체계와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 등 특정 자산과 연동해 안정적으로 가치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가상자산이다.

가상자산 2단계 법안은 이용자 보호의 일환으로 주식시장처럼 가상자산 관련 상장·공시제도 등을 도입하는 형태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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