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leejnghun@busan.com | 2025-01-26 18:11:3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상자산 관련 행정명령 서명으로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는 계획에 첫발을 뗐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행정명령으로 올해 상반기 중 비트코인을 국가 차원의 비축 자산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전략적 비축 자산에 포함된다면 올해 비트코인 가격을 20만 달러(한화 약 2억 8650만 원)로 전망했다.
26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 시간) ‘디지털 금융 기술 분야에서 미국 리더십 강화’라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공약으로 내세웠던 가상자산 관련 첫 행정명령이다.
세부 내용으로는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대통령 산하 가상자산 전담 실무그룹 출범이 골자다. 가상자산을 전담하는 대통령 자문 위원회가 신설된 것은 미국 역사상 최초다.
실무그룹 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과 인공지능(AI) 총책임자인 데이비드 삭스가 맡았다. 삭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삭스가 이끄는 실무그룹은 재무장관, 법무부 장관,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위원장 등 정부 기구 수장들이 대거 관여한다.
■비트코인 3억 원 가나?
삭스는 지난 23일(현지 시간)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가상자산 실무그룹의 주요 목표는 ‘새로운 규제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시장 구조를 구축하고 가상자산과 증권, 상품 등에 대한 정의를 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삭스가 언급한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새로운 규제의 틀은 ‘규제 완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이 가장 기대하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전략적 비축하는 방안은 비트코인 비축량을 어느 수준으로 할지, 비트코인 외 다른 가상자산도 비축 자산에 포함될지 등의 여부가 6개월 이내 결론 짓게 된다.
실제로 비트코인 비축자산화가 이뤄진다면 가상자산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전략적 비축 자산으로 실현된다면 올해 목표가로 20만 달러를 제시했다.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제한된 비트코인 특성상 수요를 부추겨 가격 상승을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계 다국적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제프 켄드릭 디지털 자산 연구 부문 책임자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규제 변화로 기관들이 디지털 자산에 투자하기가 용이해 연금 기금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보유를 늘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밈 코인도 인기 몰이
규제 당국인 SEC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위원장으로 교체된 점도 비트코인에는 호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SEC 위원장으로 폴 앳킨스를 지명한 바 있다. 앳킨스가 상원 인준청문회 기간 중 위원장을 대신할 임시 의장으로는 마크 우에다 SEC 위원을 임명했다.
시장은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두 인사가 위원장으로 교체되자, 과거 게리 겐슬러 위원장 주도로 진행된 고소나 소송전이 멈추거나 폐기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보는 가상자산은 리플이 꼽힌다. 삭스도 취임과 동시에 SEC와 리플 간 소송을 취하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둘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EC와 리플 간 소송은 2020년 시작해 5년째 이어지고 있다. SEC가 제기한 증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 2023년 7월 1심의 약식 판결로 리플 측이 일부 승소했다. 하지만 SEC가 이를 불복하고 지난 15일(현지 시간) 항소에 필요한 준비서면을 제출하기도 했다.
리플 발행업체 리플랩스의 브래드 갈링하우스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투자자에게 승소 가능성을 어필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짙은 관계에 따른 호재성 재료로 700원대였던 리플 가격은 두 달 만에 500% 이상 폭등했다. 소송에 대한 우려가 불식된다면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상자산 산업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점도 정책 방향의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일가는 대통령 취임 3일 전인 지난 17일(현지 시간) 트럼프와 영부인인 멜라니아의 밈(Meme) 코인을 공식 발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띄운 밈 코인 ‘오피셜 트럼프’는 발행 이후 한때 시가총액이 150억 달러(약 21조 원)까지 치솟았다. 가상자산 시총 순위는 13위까지 올랐다. 밈 코인 중에서는 도지코인에 이어 2위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 일가와 가상자산 산업 간 이해관계가 직결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명백한 부패”라고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도 윤리 문제를 지적했다. 공직자의 이해 상충에 대한 비판이 거세진다면 트럼프 행정부의 가상자산 정책 추진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